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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학생사회의 도래를 고대하며
[197호] 2016년 09월 26일 (월) Steins gate .

  사실을 말한다면, 나는 앞으로 국가의 더 많은 돈이 대학에 유입되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따라서 대학과 국가자본의 결탁이라는 현상을 그 자체로서 부정적이게 바라보고 있지는 않다. 대학원생 연구자의 입장에서 볼 때, 학문 연구에 투입되는 돈들은 연구 역량 자체의 향상을 가져올 수도 있거니와 연구자의 경제적 사정을 개선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교에 국가의 돈이 들어온다는 것은 그런 점에 있어서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자본을 포함하여 대학교들로 흘러들고 있는 그 많은 돈들을 어디에 쓸 것이냐에 대한 결정권이 정작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 또는 구성원들에게는 ‘전혀’ 부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돈을 어디에 쓸 지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결정되어 있는 게 보통이며, 학생들에겐 사업 운영의 방향에 대한 발언권이 거의 없다.

  이번에 이화여대에서 일어난 일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애초에 이화여자대학교가 ‘미래라이프대학’을 설립하게 된 핵심적인 계기는 결국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 선정이었다. 이를 받아들이게 되면 학사제도의 개편 등, 학생들의 삶에 영향을 줄 요인들이 필연적으로 생겨날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화여대 측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상황을 그저 ‘통보’했을 뿐이었다. 개편에 따른 여파가 무엇이 될지, 이것이 초래할 변화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함께 모여 생각할 것들이 아주 많았는데도 학교 당국은 자신들만이 결정 주체라고 믿고 있는 듯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라는 학생의 말에 대해 ‘4년 후면 졸업하는 애들이 무슨 주인이냐’고 응수한 어느 교수의 말은, 대학교 운영의 주체로 인정받아야 할 학생들이 학교의 운영으로부터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적인 현상에 다름 아니었다.

  물론 이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최고 규모의 정부 지원 사업으로 알려졌던 프라임 사업이나 코어 사업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당장 ‘등록금 회계’ 자체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학생들이 알고 있는 경우는 전무하다. 해마다 수천억 원대의 돈을 학생들로부터 거두어 가는 학교이지만, 이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언제나 장막 저편에 가려져 있는 것이다. 매년 이루어지는 등록금심의위원회 자리에서 해마다 학교 당국이 취하는 태도는 한탄스러운 수준인데, 이들은 늘 학생들에게 ‘돈이 없는데 어쩌라고’ 식의 화법을 구사하며 학생들을 현실 모르는 철부지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결산 내역은 언제나 ‘비밀’이며, ‘너희들에겐 알 권리가 없다’는 발화가 늘 나타난다. 나는 오늘날의 대학교들에게 정말로 돈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를 판단하고 입증할 만한 객관적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적어도 학교가 학생들을 학교의 정당한 운용 주체로서는 승인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는 이 모든 상황들이 결국 ‘학생사회’라는 영역의 부재와 관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 개인과 학교 당국 사이에서 학교 당국의 의사결정을 제어하고 비판할 만한 ‘사회’의 존재가 거의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학생 개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는 많지 않으며, 그나마 존재하고 있는 ‘학생회’들도 날이 갈수록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 당국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힘 자체가 거의 사라져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게다가 잘못된 사회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불행들을 ‘개인의 노력 부족’ 탓으로 돌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개인들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각자도생’ 이외의 다른 것이 되기 어렵다. 모두가 바쁘고, 모두가 아프다. 나의 문제 바깥으로 시선을 돌릴 여유가 부족하다.

  그래서 학교 당국은 최소한의 견제도 받지 않은 채 학교 운영을 제멋대로 하고 있다. 학생들이 두려울 이유는 없으니까. 이화여대의 어느 교수 말마따나 학생들은 4년 후면 떠날 사람들일 뿐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 결정을 이끌어낸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부터 과도한 희망을 읽어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이런 일은 전무했으며, 예측 가능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이번 투쟁의 성과도 ‘역사적 사건’에 비견될 만하다. 그렇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학생들이 학교의 운영 주체로서 인정될 것 같지는 않다. 향후에 어떤 지원사업에 선정되더라도 대학교들은 학생들의 실질적 이득과 무관한 자리에서, 자신의 배를 가득 불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번 이화여대 학생들의 집단행동이 학생사회 재건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사회의 영역이 재구성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폭발적인 형태의 학생집단행동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계기로 촉발될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문제는 그러한 학생집단행동이 촉발되었을 때, 그것을 대학교의 일방적인 운영 전반에 대한 일상적이고 전면적인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힘, 그리하여 마침내 대학교들이 학생들을 학교의 운영주체로 인정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 이화여대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부터 우리가 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힘의 작은 조각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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