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9.20 일 11:13
인기검색어 : 등록금 반환, 코로나19, 조교 문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사회 > 사회기획
     
3불(不) 정책, 그 이해와 오해
인재개념에 대한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141호] 2007년 05월 07일 (월) 권재원 참교육연구소 연구원, 교육학박사

최근 3불 정책을 놓고 공방이 치열하다. 서울대 등 일부 대학 총장들이 이 정책의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자 조·중·동 등 일부 언론도 가세하여 3불 제도가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제도라며 맹공격하고 있다. 반면 교육부는 다른 것은 다 바꿔도 3불만큼은 절대 바꿀 수 없다며 완강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3불 논란은 여기서 더 나아가 거의 보혁 대결 구도로 비화하였다. 보수단체들은 3불 제도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나섰고,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진영에서는 차제에 3불을 완전히 법제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OECD와 한국교육개발원이 3불 제도의 폐지를 권고했다는 보도까지 나왔으나, 이는 왜곡되거나 잘못 보도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이렇게 논쟁이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3불 제도의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논쟁의 양편의 주장과 근거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거나 막연하게 알려져 있어 쓸 데 없는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데 있다.

먼저 3불 제도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해 3불은 법제화된 제도가 아니다. 3불은 교육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 32조에 따라 수립하는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에서 견지하고 있는 기본 원칙이며 최소한의 제한기준으로 성문화 되어있는 법령이 아니다.

그 내용은 각 대학의 대학입학 전형에서 논술고사 외의 필답고사, 기여 입학제, 고교등급제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3불은 교육부가 기본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강화될 수도 폐지될 수도 있는 일종의 원칙에 불과하다. 다만 본고사의 경우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32조로 그 제한 근거가 명시되어있지만 명시적인 것은 아니다. 그런데 현재 교육부는 점진적으로 대학입학전형기본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이렇게 될 경우 사실상 3불 제도는 사라질 수도 있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아예 3불을 법률로 명시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최순영)을 발의한 바 있다.

이제 3불 찬반 논란의 양 진영의 주장을 살펴보자. 먼저 3불 제도의 폐지를 요구하는 집단의 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3불 제도가 대학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자유를 크게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만큼 충분히 변별성 있는 선발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대학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사실상 고등학교의 학력차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내신 성적 때문에 형평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여입학제를 도입함으로써 부유층의 교육투자를 유도하고 그만큼 빈곤층 학생들에 대한 장학혜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들은 사회적 반감 등을 고려하여 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에 대해서는 주장을 철회한 대신 본고사 부활 주장을 더 강경하게 펼치고 있다.

다음은 3불 폐지 불가론의 근거를 살펴보자. 몇 년간 갈등관계에 있던 전교조와 교육부가 모처럼 3불 폐지 불가에 대해서만큼은 동맹관계가 되었다. 이들이 3불 폐지 불가를 주장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1998년 이후 사실상 대학입학제도는 자율화 되었으며 3불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다양한 인재들을 창의적으로 선발해야 할 대학이 오히려 공교육의 획일화와 기형화를 부추길 국·영·수 본고사에 집착하는 것은 모순이다.

셋째, 본고사의 부활은 현재 사교육 지옥에 또 다른 사교육 요인을 추가하게 되어 공교육을 파탄지경으로 이끈다.

넷째, 대학의 경쟁력은 학생선발의 고도의 변별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활발한 연구와 교육에 있다. PISA 세계 2위의 한국 고등학생을 데리고 기껏 세계 150위권을 맴도는 한국 대학은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잘 뽑을 궁리부터 하지 말고 잘 가르칠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결국 쟁점은 대학입학 전형의 자율성, 그리고 인재 선발을 위한 변별력 확보를 통한 경쟁력으로 집중된다. 그런데 대학의 자율성 저하라고 하는 주장은 1997년 이후 우리나라 대학 입학전형이 사실상 매우 자율적이 되었다는 점에서 큰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1997년 이전에는 내신 30%, 수능 70% 식으로 대입 전형이 대단히 제한적이었지만 현행 제도 하에서는 대학들은 필답형 본고사를 제외한 어떤 전형방법도 거의 다 활용할 수 있다. 오해가 없어야 할 부분은 3불이 금지하고 있는 본고사는 대학의 자체적인 평가 전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고등학교의 특정 교과를 대학이 독자적인 필답고사를 실시하지 말라는 것에 불과하다.

이는 “가르친 주체가 평가한다”는 교육과정의 기본이 반영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사실상 국·영·수 등의 교과목은 이미 내신과 수능에서 과도하게 반영되어 있으며 그 결과 일선 고등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지장을 받을 정도다.

그런데 대학이 국·영·수 본고사를 또 다시 실시한다면 일선 고등학교 수업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말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은 옳지만 그것이 공교육 과정을 교란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음은 변별력의 문제를 살펴보자. 교육기관에서 소정의 교육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인재 선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본고사의 부활은 인재의 선발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웩슬러, 가드너, 그리고 스턴버그에 의해 언어, 수리 능력이 인간 지능을 전체적으로 대표한다는 가정은 이미 무너진 지 오래다.

따라서 진정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는 수능과 내신으로 이미 두 번이나 반영된 언어, 수리 능력이 아닌 다른 능력들을 측정해야 한다. 그런데 본고사를 부활한다면 언어, 수리 능력만 3중 측정하게 되어 매우 편협한 인재관을 강화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변별력의 확보는 국·영·수 시험의 강화가 아니라 지필고사로 발견하기 어려운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찾아내는 평가방식의 개발에서 가능할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학습능력은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한다. 반면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은 매우 뒤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학전형의 변별력 탓을 하는 일부 대학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3불 논란은 단지 대학 입학 방법의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이 논란은 대학의 자율성의 범위와 한계, 그리고 인재 개념에 대한 의식 전환 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논란은 이제 대학에 대한 관심을 입학시험이라는 과도하게 편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중단하고 공교육 전반의 정상화의 관계 속에서, 다양한 분야 다양한 능력의 개발을 압살하는 일부 교과의 독점적 전횡 제거의 관점 속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버지니아 공대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은 대학 입학에 올인할 경우 우리가 정작 중요한 고통과 어려움은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중대한 경고다.

권재원 (참교육연구소 연구원, 교육학박사)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이경식 | 편집장 : 김태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식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