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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무엇이 지나갔을까
[196호] 2016년 06월 13일 (월) 이규리 시인

난간에 다가갈 때마다

은밀한 생각이 따라온다 

잠시 완전범죄를 꿈꾸는 일

 

삶의 질문들은 늘 차고 미끄러지기 쉬웠으므로

누군가 난간에 묵직한 화분들을 두었겠지만 

 

아득한 저 아래가 혹 가물거리는 천국 아닌지요? 

 

꿈속에서

입만 벌리고 부르는 노래가 그러할까 

믿었던 것들은 닿지 않거나 사라지거나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우리는 모두 투명인간처럼

 

한 사람이 창을 넘어갔는데 아무도 못 보았다 했다

 

이렇게 텅 빌 수 있다니

이렇게 완전할 수 있다니

 

우리가 매혹되는 일에 대해 세계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때때로 

내 몸도 창 없는 난간을 넘으려 한다 

 

투명하게 정말 투명하게 

 

무엇이 지나갔을까

 

누가 떠밀지 않아도 낭떠러지가 되어 

낭떠러지가 만드는 높이가 되어

 

왜 아무 것도 그립지 않은 삶이 되었을까

 

 

<시인 소개>

1955년생. 199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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