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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어느 여자 대학원생의 (비)연애
[196호] 2016년 06월 13일 (월) J .

 M이 대학원에 들어와 가장 놀란 것 중 하나는 이혼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그녀가 속한 인문학 전공에 한정되는 일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학원생-강사-교수 집단은 이혼율이 매우 높았다. 석사과정에 입학한 첫 학기 어느 학술대회 뒤풀이, M은 선배들 사이에서 조용히 술을 홀짝이며 자신이 논문으로만 접했던 ‘네임드 선생님’들이 줄줄이 ‘돌싱’이라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엿들었다. 그러면서도 M은 자신의 행복한 결혼생활은 의심하지 않았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석사 입학과 비슷한 시기에 입사한 4살 연상의 남자친구가 있었고, 둘은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있던 터였다.

 높은 이혼율과 함께 M에게 또 한 가지 신기했던 대학원의 생태는 남녀의 다른 ‘연애율’이었다. 대다수의 대학원생 남자들이 연애 중이거나 결혼을 한 반면, 대학원생 여자들 가운데는 연애 중이거나 결혼 중(?)인 사람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이혼율도 여자들이 더 높았다. ‘역시 공부하는 여자들은 좀 여성적 매력이 부족하려나?’ M은 외모도 평가되는 능력에 포함된다며 관리에 여념이 없는 회사원 친구들과 대비되는 대학원생 동기, 선배들의 화장기 없는 얼굴을 떠올렸다. 그녀는 속으로, 남자친구를 만날 때만이라도 대학생 때와 다름없이 열심히 꾸며야겠다고 다짐했다.

 석사 과정에 있는 동안 불쑥,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런 M의 신념들이 흔들리는 순간들이 있긴 했다. 남자친구와 미래를 계획할 때였다. 그는 여자 직업으로 시간강사는 나쁘지 않으며, 나중에 아이도 잘 가르칠 것 같아 좋다고 했다. 한 학기에 수업 두 개 정도면 적당히 벌고 남는 시간에는 살림도 할 수 있고, 자기는 풀타임으로 일하는 여자 회사원보다 시간강사가 낫다는 거였다. M은 강의를 나가는 선배들이 ‘수업 두 개 정도’를 따기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지 말할 수 없었다. 자리는 점점 줄고 있었고, 그녀의 미래는 남자친구의 생각만큼 희망적이지 않았다. ‘수업 두 개 정도’를 맡게 된다한들 그 강의평가를 챙기고 논문실적을 쌓으며 가사와 육아까지 온전히 책임질 자신이 없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M이 남자친구와 헤어진 것은 그녀가 열심히 준비해온 석사논문이 한 학기 미뤄졌을 때였다. 지도교수는 기본적인 아이디어 자체는 나쁘지 않으니 한 학기만 더 공부하면 결과물은 훨씬 좋아질 거라 위로했지만 맥이 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면담까지 사흘을 꼬박 도서관에서 보내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갔을 때 M이 원했던 건 위로와 응원이었다. 그가 다정하게 힘내라고 말해준다면 한 학기 더 고생하는 것쯤 기꺼이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마주해야 했던 건 난처하고 곤란함을 숨기지 못하는 남자친구의 표정이었다. 그는 한참을 미적대다 그럼 결혼은 어떻게 되냐고 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결혼 먼저 하고 논문을 쓰면 어떻겠냐고도 물었다. 자신은 나이가 있어 빨리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할 때는 비장하기까지 했다. 논문 생각만으로 머리가 터질 것 같던 그녀는 처음으로 남자친구 앞에서 감정을 터뜨리고 말았다. 일단 만족할 만한 논문을 쓰는 게 먼저고, 결혼준비 같은 걸로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싶지 않다고. 놀란 그가 ‘이기적’이란 말을 입에 올렸을 때, M의 마음속에서는 팽팽했던 실 하나가 툭, 끊어졌다. 

 그 다음해 무사히 박사과정에 안착한 M은, 이제 대학원에 비연애/비혼/이혼 여성들이 많은 것이 의아하지 않다. M은 그녀들이 선택했다는 것을 안다. 가끔 외로운 대신 덜 꾸미고 더 공부하고 술자리에 더 오래 남아 더 많은 사람을 만나며, 그녀는 그녀 나름의 비연애 생활을 꾸려가는 중이다. 솔직히 말하면, 별로 외롭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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