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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칼럼] 모방적 지식인과 창조적 지식인
[196호] 2016년 06월 13일 (월) 장시기 동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동국대학교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예술가와 지식인 사회에서 표절이라는 문제는 아주 뜨거운 감자이다. 소설가 신경숙의 단편소설 「전설」이 일본의 소설가 미시마 유끼오의 소설 「우국(憂國)」을 표절했다고 제기된 ‘신경숙 표절사태’는 마침내 소설가 신경숙의 사과로 일단락을 지었다. 그러나 동국대 총장 ‘보광스님 논문표절사태’는 총학생회 학생들의 고발과 교수협의회 의장 교수직 해임사태로 이어지는 아수라장의 대학을 만들면서도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가 없다. 도대체 표절이 무엇이건대, ‘신경숙 표절사태’와 더불어 창비문화권력 논쟁이 사회를 들끓게 하고, ‘보광스님 논문표절사태’가 동국대학교를 뒤흔들고 있는가? 

 표절과 더불어 저작권이라는 언어는 예술과 지식의 창조성(혹은 독창성)과 연관되어 있다. 예술이나 지식은 정말로 창조적인 것일까?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예술과 지식을 모방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측면에서 고대 그리스의 스토아학파들은 아마도 철학뿐만 아니라 예술도 창조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였던 듯하다. 오늘날에도 플라톤주의를 고수하고 있는 신플라톤주의의 근대 철학자나 문학비평가들은 예술이나 지식을 모두 모방이라고 정의하는 듯하지만, 플라톤주의를 반대하는 미쉘 푸코나 질 들뢰즈와 같은 탈근대적 사회학자나 철학자들은 예술이나 지식을 모두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근대의 법적 제도나 사회제도는 예술이나 지식을 상품의 생산과 마찬가지로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근대성 속의 탈근대성, 혹은 근대성 속의 전근대성은 “표절(plagiarism)”이라는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개념의 언어와 “저작권(copyright)”이라는 법률적 개념의 언어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표절”과 “저작권”에 대한 언어적 개념은 오늘날의 예술가나 지식인들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상품과 먹거리를 생산하는 노동자나 농민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예술과 지식을 생산한다는 사회적이거나 법률적인 대중의 합의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문제는 법률적 개념의 언어인 “저작권”에 대한 침해는 법적인 판단에 의하여 벌금이나 구금 혹은 실형의 범죄로 취급되는데 반하여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개념의 언어인 “표절”은 범죄가 아니라 지식인이거나 예술가라는 지위의 사회적 명예나 권위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신경숙 표절사태’는 대중적 합의로 이루어지는 예술가나 지식인에 대한 사회적 영향력을 잘 보여준다. ‘신경숙 표절문제’가 처음 제기되었을 때, 소설가 신경숙과 그녀의 소설을 출판한 창작과 비평사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거나 표절문제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신경숙 표절사태’는 더욱 더 커졌고, 마침내 6개월이 지나서야 소설가 신경숙과 창작과 비평사는 표절을 시인하고, 대중들에게 잘못을 빌었다.

 ‘신경숙 표절사태’는 이제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소설가 신경숙은 아마도 두문불출하고 소설을 쓰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작과 비평사는 더 좋은 소설이나 책을 출판하기 위하여 열심히 일할 것이다. 소설가 신경숙의 명예와 권위는 실추되었지만, 그녀가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쓰고 출판하느냐에 따라서 잃어버린 명예와 권위는 다시 소생할 가능성이 남겨져 있다. 창작과비평사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신경숙 표절사태’의 전말은 2016년 동국대 문제의 ‘화두(話頭)’가 되어 있는 ‘보광스님 논문표절사태’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보광스님과 동국대학교의 사회적 명예와 권위가 ‘보광스님 논문표절사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다시 재론하자면, 백과사전은 “표절(剽竊)이란 다른 사람이 쓴 문학작품이나 학술논문, 또는 기타 각종 글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직접 베끼거나 아니면 관념을 모방하면서, 마치 자신의 독창적인 산물인 것처럼 공표하는 행위”라고 일컫는다. 그러나 그것은 “저작권”과 같은 법률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가나 지식인의 지위에 대한 윤리적이거나 도덕적 판단의 문제이다. ‘신경숙 표절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보광스님 표절시태’는 보광스님이 가지고 있는 교수와 총장이라는 직위의 명예와 권위뿐만 아니라 동국대학교의 명예와 권위가 다시 소생할 기회를 갖느냐 갖지 못하느냐의 문제와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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