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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 프로네시스의 추구: 연극의 학문적 정립을 위하여
ed. David Krasner and David Z. Saltz , Staging Philosophy : Intersection of Theater, Performance, and Philosophy, The University of Michigan Press , 2006.
[196호] 2016년 06월 13일 (월) 고해종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강사
   
 
   
 

통상적으로 생각할 때, 보통 한 편의 연극이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 희곡, 배우, 무대, 조명 등등. 그런데 한편 연극의 본질이 무엇이냐에 대한 오랜 탐구의 역사가 있었고, 그 안에서 영역을 확장해온 것은 그로토프스키가 ‘가난한 연극’을 통해 주창했던 바와 같이 배우와 관객이다. 이는 로고스중심주의에 대한 탈근대적 사상의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이성의 지배를 받는 신체와 감각의 복권. ‘연극의 연극화’, ‘문학의 시녀가 되지 않는 연극’과 같은 슬로건들은 희곡이 담보하던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로고스 전통에 대한 연극의 독립 선언처럼 사용되었다.

 사실 어떤 학문이 독립 분과화되는 것은 주로 그 학문 영역의 내재적인 고유성, 여타의 분과와는 공유되지 않는 그것만의 특징에 우선 기인한다. 따라서 상기한 연극의 본질을 공연에서의 물질적 현존에서 찾는 경향, 이른바 아방가르드한 경향 속에서 연극은 우선 철학과 문학으로 통칭되는 로고스적 요소를 축소 또는 배제시키면서 그 교육적 위치를 정립해온 듯 보인다.

 그렇지만 연극이 과연 그런 식으로 학문의 영역에 포섭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희곡의 유무와 무관하더라도 어떤 예술적 행위의 존립지평을 이루는 담론은 언제나 존재하는 까닭이다. 이른바 진리란 논증에 바탕을 둔 이론적 인식, 실천적 도덕, 그리고 아름다움에 진·선·미의 가치를 부여하면서 각각 철학과 과학, 종교와 윤리, 예술에 의해 추구되어 왔으며, 사상사는 이들의 갈등 속에서 정치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인지할 때 예술적 사유의 본성과 지위가 규명될 수 있다. 물질적 존재 자체의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서 인간이 단백질 덩어리로 환원될 수는 없으며, 예술 경험이 어떤 (과학적) 방법에 기초한 인식의 영역을 원칙적으로 넘어서는 진리에 관계한다고 해서 한없는 데카당에 예술의 근거를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본질’이나 ‘놀이’라는 단어는 초월적 심급과 의미를 가질 때에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연극이 정위되어야 할 곳은 인문적 교양(Bildung)의 차원으로서, 본질적으로 학제적이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연극은 언제나 공연이라는 실천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심미적 경험은 특수와 보편을 연결하고 현실의 존재론적 규정성을 성찰하기를 요구하는 바, 정치적 성격을 띤다. 그러므로 어떤 연극의 기저 담론은 그로부터 파생되는 행위(praxis)에 대한 실천지(phronesis)를 마련해야 한다. 철학을 배제할 때 연극은 공허한 행위로 전락한다.

 본서는 연극과 철학의 친연성을 바탕으로 하는 입문서로서 실천적 종합 학문으로서의 연극학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좋은 첫걸음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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