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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를 말하다] 한국 사회와 세대갈등
‘정치적 가족’의 탄생
[196호] 2016년 06월 13일 (월) 홍덕구 국어국문과 박사 수료

 온갖 혐오와 갈등의 전시장이 되어 버린 최근의 한국 사회에서도 가장 첨예하게 드러나는 갈등 중 하나가 세대 간의 대립이다. ‘88만원 세대’로 대표되는, 기성세대에 의해 기회와 권리를 박탈당한 청년세대에 대한 사유들은 이제 거의 상식이 되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조금 나아졌지만, 진보·개혁 세력이 선거에서 패할 때마다 20대는 ‘개새끼’가 된다. 사회 구조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먼저 청년은 스스로의 ‘노오오력’이 부족하지는 않았는지를 자문해야만 한다. 젊은 사람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상에서는 ‘개저씨’나 ‘틀니충’ 같이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노인들은 곧 무대에서 물러나실 분들이니 미래를 결정하는 투표날에는 좀 쉬셔도 괜찮다는 모 정치인의 과거 발언 정도는 차라리 귀엽게 들릴 지경이다.  

 이 전쟁의 최전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한 단체가 있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이다. 최근 재계 및 정계와의 커넥션 의혹이 제기되며 주춤해졌지만, 지난 10여 년간 정치적·이념적 대립의 현장에서 이 단체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단체를 상징하는 것은 (사제)군복을 입고, ‘잠자리 선글라스’를 쓰고, 불을 붙인 프로판 가스통을 휘두르는 남성 노인들의 이미지다(‘어버이’는 ‘부모’의 우리말일 텐데, 여성 노인들은 어디에?). 온라인에서는 ‘가스통 할배’라는 말로 이들을 조롱한다. 사실 시위현장에 불 붙은 가스통을 등장시킨 것은 다른 단체였으니 ‘어버이연합’의 입장에선 조금은 억울할 법도 하다. 최근에는 세월호 유족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막말을 퍼부은 ‘대한민국 엄마부대 봉사단’의 활약 또한 두드러진다.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어버이’, ‘엄마’라는 단어를 ‘오염’시켰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정파적 목적 하에서 행동하는 단체가 ‘어버이’라는 단어를 점유함으로써 정치적 색채를 부여했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하는 ‘오염’의 내용일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가시화된 것이 ‘후레자식연대’가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형태로 창설된 후레자식연대는 ‘후레자식’의 의미를 비틀어, ‘그래, 내가 후레자식이다’라고 외친다. 페이지 개설자인 최황 씨는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대한민국 어버이연합과 엄마부대봉사단의 활동을 보며 어버이와 엄마라는 커다란 이름이 괴기한 모습으로 소비되고 있는 것에 분노를 느꼈습니다. 나는 그런 어버이와 엄마를 둔 적 없노라고, 스스로 ‘후레자식’을 택했습니다.” 

 꽤나 유쾌한 비꼼이다. 게다가 전선 역시 명확한데, ‘사람이 아닌 사회현상에 대응하겠다’라는 후레자식연대의 선언은 특정 단체나 세대에 대한 증오와 혐오를 넘어 세대 간 대립의 파토스를 사회변혁을 위한 투쟁의 에너지로 승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후레자식연대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세대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글보다는 사회구조적 모순들을 지적하는 글이 훨씬 더 많다. 너무 예의바르고 점잖아서 ‘후레자식’이라는 발칙한 이름을 사용하는 그 단체가 맞나 싶을 정도다. 이외에도 ‘대한민국 어버이연합’을 비튼 ‘대한민국 효녀연합’과 같은 단체들이 청년문제에 사회구조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명의 청년으로서 이 모든 노력들에 공감과 존중을 표한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다면 왜 한국에서는 이념이나 가치관의 대립조차도 ‘가족’의 구조로 형상화되는가라는 의문이다. 어버이연합이나 엄마부대가 어떤 일을 저지르건 간에 사회적 규범, 또는 현행법으로 제제하면 그만이다. ‘가스통 할배’는 분명 ‘나쁜 사람’이자 ‘범법자’이지만, ‘나쁜 어버이’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들이 선점한 ‘어버이’, ‘엄마’라는 용어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상 자체가 한국 사회의 가족중심주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반증하는 듯해서 약간의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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