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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곤충도 의식을 지니고 있을까?
[196호] 2016년 06월 13일 (월)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 청파리의 겹눈. 캄브리아기 동물에서 눈의 발달한 것이 의식의 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눈을 통해 시각, 즉 공간 정보를 확보하면서 먹이사냥 같은 의식적인 행동이 가능해졌다. (제공: 위키피디아)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순하고 지위가 낮은 사람도 너무 막대하면 반발한다는 비유적 표현이다. 해보지는 않았지만 지렁이를 밟으면 정말 꿈틀댈 것이다. 물론 지렁이가 불쾌해서 몸을 비트는 건 아니고 살기 위한 몸부림일 것이다. 그런데 지렁이는 밟힐 때 고통이나 두려움을 느낄까. 아니면 그저 몸의 신경회로에 저장돼 있는 반사반응일 뿐일까.

 만일 전자라면 우린 지렁이가 의식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의 정의를 너무 폭넓게 규정한 것 아닌가?’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도 의식의 가장 고등 영역인 자기의식 또는 자의식을 의식으로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즉 뭔가를 의식하고 있는 나를 의식하는, 즉 메타의식의 능력을 지닌 존재만이 의식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정의에 따르면 사람 말고는 의식을 지닌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생물학자와 철학자 가운데 의식의 정의를 확대해 적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고통이나 두려움 같은 정서를 느끼는 생물들(포유류와 조류)은 물론이고 ‘주관적 경험’을 하는 모든 생물은 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주관적 경험이란 시각이나 후각 등 감각정보를 통해 외부 자극을 경험하고 이를 기억한 결과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일률적인 반사적인 행동이 아닌 그 개체에 고유한 행동을 보이는 현상이다.

 이렇게 의식의 정의를 확대하면 파충류는 물론 어류와 양서류까지 포함하는 척추동물 전체가 의식을 지닌 존재가 된다. 그런데 최근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무척추동물인 곤충도 의식을 지닌 존재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에 실렸다. 모기나 파리가 의식을 지닌 존재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

 호주 매쿼리대 생명과학과 앤드류 바론 교수와 철학과 콜린 클라인 교수는 ‘곤충을 통해 의식의 기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절지동물의 가장 큰 부류인 곤충이 의식을 지닌 존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곤충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행동 패턴을 분석한 연구결과들을 소개하며 곤충이 의식을 지닌 존재라는 결론을 유도한다.

 먼저 주관적 경험을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뇌가 있어야 한다. 척추동물의 경우 뇌에서 원시적인 영역으로 알려진 중뇌와 기저핵에서 이 작업을 주로 수행한다. 예를 들어 수술로 전신마취를 할 경우 이 부분의 작용을 방해해 의식을 잃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곤충의 뇌에도 척추동물의 중뇌와 기저핵에 해당하는 중심복합체(central complex)가 있어서 이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곤충이 의식이 있다는, 즉 주관적 경험을 한다는 걸 어떻게 보일 수 있을까. 곤충 가운데 가장 많이 연구된 개미와 꿀벌의 행동실험이 있다. 예를 들어 화밀을 찾아 나선 꿀벌이 이리저리 헤매다 꽃밭을 발견한 뒤 다음에 그 자리에 갈 때는 빠른 길로 간다고 한다. 즉 이전에 경험한 공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 경로를 선택한 것이다.

 한편 보석말벌이라는 기생말벌의 경우 희생양인 바퀴벌레의 중심복합체에 신경전달물질의 작용을 방해하는 독을 주입한다. 그 결과 바퀴는 좀비처럼 무력해진다. 덩치가 작은 말벌이 더듬이를 잡고 굴로 끌고 가도 저항하지 않는다. 즉 주어진 환경변화에 대한 적절한 행동을 하는 능력, 즉 의식을 상실한 것이다.

 한편 상자해파리처럼 신경계가 분산돼 있어서 뇌라고 할 만한 조직이 없는 생명체는 의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실제 생활양식을 봐도 그때그때 주어진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뇌가 존재한다고 의식이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지렁이 같은 환형동물은 의식이 있는 존재라고 보기 어렵다. 즉 신경계가 모여 원시적인 뇌를 이루고 있지만 이들의 생활양식을 보면 역시 자극에 대한 반사적인 행동이 전부다. 굶주렸을 때 꿀벌은 예전에 먹이에 있던 곳을 찾아가지만 환형동물에서는 이런 행동을 관찰할 수 없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의식 역시 필요에 따라 존재하는 것이고 그 기원은 약 5억 년 전 캄브리아기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즉 당시 동물들 가운데 일부에서 눈이 진화하면서 다른 생물을 ‘능동적으로’ 잡아먹는 행동이 등장한 것이 의식의 기원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생물에 기생해 살거나 정적인 환경에서 사는 생물의 경우 굳이 의식이 없어도 생존에 지장이 없기 때문에 의식이 진화하지 않았거나 있어도 퇴화해 사라진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곤충의 의식을 인정할 경우 사람처럼 신경계가 복잡한 생명체의 의식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곤충의 경우 뇌세포를 다 합쳐봐야 100만 개도 채 되지 않기 때문에 1000억 개 수준인 사람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뇌세포 하나하나의 작용을 볼 수 있는 최신 연구기법을 적용할 경우 의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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