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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월’을 감싸 안고 ‘동행’하는 예술
사월의 동행, 세월호 희생자 추념展
[195호] 2016년 05월 09일 (월) 안진국 미술평론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피어나고, 추억과 욕망이 뒤섞이고, 봄비가 마른 뿌리를 깨우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의 충격과 이해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 대한 절망은 4월을 겨냥한다. T.S.엘리엇이 「황무지」(1922)의 첫 행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읊조리며 시작한 것은 4월의 봄날이 잔인할 정도로 찬란했기 때문이리라.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에 찾아온 라일락 피는 봄날은 처참한 현실을 기만하는 것으로 보였으리라. 생동감의 천진스러움에서 느꼈을 그 당혹감, 그 잔인함. 2014년 이후 우리에게도 그 잔인함이 자리 잡았다. 304명의 생명이 생기가 너울거리는 4월의 봄날에 겨울 같은 차가운 물 속에 잠겼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파릇한 4월 같은 학생이었다. 2년이 흘렀고, 평온함과 생기가 잔인하게 느껴지는 4월은 다시 우리를 찾아왔다. 

  두 번째 맞이하는 4월 16일, 잔인한 달을 보듬고 함께 걷는 전시가 열렸다. 경기도미술관의 ‘사월의 동행-세월호 희생자 추념展’.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와 함께 있는 경기도미술관은 희생자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는 곳이다. 그렇기에 미술관은 줄곧 유가족과 ‘동행’해왔다(유가족 협의회 사무실이 미술관 안에 있다). 이 ‘동행’에 이번에는 안규철, 조숙진, 최정화 등의 중견 예술가와 강신대, 전명은 등의 청년 예술가, 전진경, 이윤엽 등의 현장 예술가 및 다양한 분야의 22인(팀)이 함께하며 비극을 추모하고 아픔을 예술로 끌어안으려 한다.

  희생자들에게 바쳐진 거대한 검은 연꽃은 미술관도 아닌, 분향소 앞에서 피었다 지기를 반복하며 우리의 동행을 인도한다(최정화, <숨쉬는 꽃>). 분향소를 지나, 미술관 앞뜰에는 이전에 총천연색으로 설치됐던 꽃들이 노란색 천으로 감싸 있어, 주변의 만발한 봄꽃과 대비되며 숙연함을 더해준다(최정화, <꽃꽂이>). 2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 손가락을 봉선화로 물들이고 기도하는 304명의 손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희망을 간절히 기원할 수밖에 없는 슬픔의 기도가 희생자를 상징하는 304명의 손을 타고 흐른다(조소희 <봉선화 기도 304>). 팽목항에서 수집한 사소한 물건들을 랩으로 감싸 세워놓은 작품 앞에 서면 사소한 것이 가진 큰 울림이 느껴지며(홍순명, <사소한 기념비>), 어두운 방에서 반짝이는 304개의 빛을 볼 때는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아름답지만 서글픈 이야기를 믿고 싶어진다(조숙진, <천국의 얼굴>). 빛이 아른거리는 어느 밤바다가 담긴 거대한 영상은 지금이라도 세월호가 떠오를 것 같은 착각, 혹은 희망을 품게 한다(장민승, <둘이서 보았던 눈>). 그리고 이제 세상에 없는 단원고 학생들의 빈방을 찍은 사진들로 채워진 ‘아이들의 방’에 들어서면 가슴을 뚫는 슬픔의 얼굴을 마주하게 되고, 세월호 참사 이후 문학, 건축,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사건을 조명한 기록물들이 가득한 ‘예술행동 아카이브’를 뒤적이면서 아직도 참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사월’을 보듬고 있는 더 많은 작품이 이 전시에서 우리와 ‘동행’하길 기다리고 있다. 그리 멀지 않다. 지하철 4호선 초지역에서 내려 15분만 걸으면 분향소도, 미술관도 가 볼 수 있다. 6월 26일 전에 꼭 찾아가서 그 길을 함께 걷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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