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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연구공동체의 부재와 선택의 기로
[195호] 2016년 05월 09일 (월) 프란츠 학송 대학원생

  지역 대학에서 선배와 동료들이 모여 연구 공동체를 꾸리기란 쉽지 않다. 이는 누군가의 무관심함·무덤덤함의 문제가 아니라 연구와 생계, 대외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선배들에게 물리적 시간이 허용되지 않고, 대학원 수업을 세 명 내지 네 명으로 꾸려나가야 하는 대학원생들은 장학금, 논문, 수업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내가 입학하기 전엔 대학원 세미나가 매우 활발히 진행되었지만, 지금은 대학원생들이 자발적으로 꾸리는 모임은 부재한 상태다. 3년 동안 똑같은 사람들을 수업 시간에 질릴 정도로 봤는데, 자발적 모임에서까지 봐야 하다니 얼마나 지루하겠는가. 

  물론 두 차례의 시도는 있었다. 항상 마주하는 얼굴과 그에 따른 관성적인 행동, 우리는 자발적 연구 모임을 꾸리기에 너무 나이브하고 피로한 상태에 있다. 지역 대학의 곤경은 새로운 동료를 기대할 수 없으며, 동료의 나태한 태도를 비판하기엔 잃을 것이 많은 장소라는 점에서 발생한다. 새로운 동료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지역 연구자가 기존 동료와의 비합리적인 결속과 의식 없는 반작용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의 대학원생은 동료와 관계를 맺을 때 연구자라는 공적 영역의 매개보다 사적인 친밀함에 의해 결속할 수밖에 없는 지역의 협소한 구조를 극복하기 힘들다. 이는 대학원생만이 아니라 지역 연구자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꾸려진 연구 공동체는 쉽게 와해되고 이를 또 무한 반복한다. 

  작년 11월에 큰 여파를 몰고 온 시간 강사법과 프라임 사업은 인문학 전공자들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구실만 좋은 인문학 육성 및 강사 처우 개선인 이 정책들은 인문학도인 나에게 중요한 결단을 요구한다. 이 구조 조정에 맞게 내 신체를 조형하면서 고립을 담보로 한 생존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곁의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면서 고립을 피해야 할 것인가. 이는 각자도생과 연대의 기로에서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의미한다.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니다. 분명한 점은 인문·예술·사회 대학에 대한 우레 같은 구조조정이 연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 훼손 정도는 생각보다 심각해서 연구 생태계의 자정 작용으로는 도저히 읽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자의 길을 자임한 ‘우리’ 대학원생들은 앞으로의 지난한 삶을 위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대학 내 무상노동과 그에 대한 보상이자 최저 생계를 책임지는 강의도 보장받을 수 없는, 즉 인적 재개발의 권한마저 박탈당한 대학이라는 제도에서 말이다. 현 제도 내에서의 활동은 한계에 처해 있다. 그러나 선택은 꼭 제도의 역학에서 행해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제도의 한계는 그 제도를 떠받들거나 그 주변에 있는 공동체의 활동이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폐허에서 개간과 재생이 요구되듯이 대학 안과 바깥에 구획된 경계를 넘나들며 연구 활동을 이행하는 지속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연구의 지속성과 그 성과를 공공적 지식으로 돌리는 모색을 각자가 아닌 함께 있지만 미처 관계 맺지 못했던 주위 동료들과의 연대를 통해서 마련해야 한다. 연구적 삶의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각자도생이 아닌 이인삼각이라는 어설픈 형태의 길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윤리적 결단이 아닐까. 그리고 이 코뮌의 조건은 기존 대학 제도의 인적 재개발 시스템을 철저히 왜곡·변형하고 저항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나는 연구 모임의 실패에 의한 좌절을 추스르고 이를 또 무한 반복하기 위해 재충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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