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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 민주주의를 사유하는 비극
Derek W. M. Barker, Tragedy and Citizenship: Conflict, Reconciliation, and Democracy from Haemon to Hegel, State University of New York Press, 2009.
[195호] 2016년 05월 09일 (월) 고해종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강사
   
 

  지난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그리고 3일이 지난 16일은 세월호가 침몰한 지 2주기가 되던 날이었다. 이 두 가지 사건을 함께 생각하려는 이유는 단지 시기적 인접성 때문은 아니다.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선거와 가히 현대의 비극이라고 할 수 있는 세월호 사건. 그러므로 이 생각은 비극과 정치, 비극과 민주주의를 밀접한 연관 속에서 사유하는 것의 필요성에서 비롯하였다.

  체코의 작가이자 전 대통령 바츨라프 하벨은 정치를 일컬어 불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정치라는 예술을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가가 예술가의 덕목을 지녀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에 따르면 이 덕목은 지금 자신의 처지와 전체를 연결해서 생각함으로써 현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을 개시하는 것이다. 개인적 특수성과 전체적 보편성을 연결하기, 그리고 그럼으로써 개시되는 새로운 차원을 상상하기. 말을 이렇게 바꾸어 보면 이 테제의 본질이 자명해진다. 그것은 오늘날 다시 공통감(Gemeinsinn)을 바탕으로 개시되는 새로운 차원의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늘날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의 이름 앞에는 ‘자유’라는 단어가 당연하다는 듯 동반된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는 얼마나 합치하는가? 헤겔은 자유를 자기규정, 즉 자기 자신을 의지하는 의지로서 이해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자기 자신 이외의 다른 어떤 것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를 실현하는 자기지배의 힘이다. 이렇게 보면 자유는 타자에게 의존하지 않는 성질인 까닭에 자기라는 동일성을 보존하고자 하는 성질에 근접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이제 자유는 자기 동일성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듯 보인다. ‘취향-존중’은 그에 부합하는 하나의 논리적 형식이다. 취향이라는 자기 동일성의 이름은 자유에 대한 존중을 당위로서 요청하지만 그 이면에 도사리는 것은 타자에 대한 완전한 배제이다. 우리는 ‘혐오’라는 테마로 포괄되는 현상들에서도 이를 목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자유 이해는 ‘정신’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배제하는 존중은 지양의 결과, 합명제에 이를 수 없다. 오히려 이럴 경우 화해는 공허하다.

  그러므로 현대의 새로운 보편성을 사유해야 한다. 본서가 지향하는 바, 비극은 그 단초가 될 수 있다. 이 사유가 정초되는 기반은 자유를 위한 변증법적 특질인 ‘시민성’인데, 저자는 갈등과 그것이 야기하는 불확실성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관점으로서의 비극과 변증법적 지양의 결과로서의 화해를 대비시키면서, 화해를 시민성이 종결되는 지점으로 인식하고 적극적 시민성을 옹호한다. 변증법(dialectic)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른 두 말의 엮음이고 비극이 말하기와 듣기로부터 시작되는 시민성의 상호작용에 기대는 바, 비극은 열린 부정성에의 투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비극이 선취하는 보편적 감정 기반은 타자에 대한 자기화 과정을 담보한다. 만약 오늘의 자유가 빈곤하지 않기 위해서 각각의 자유가 타당하게 주장될 수 있어야 한다면 그리고 어떤 정치공동체적 지향점을 상상하고자 한다면, 비극에 대해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실천적 보편 윤리의 정치적 형식인 민주주의를 사유하는 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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