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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대학원생의 생존술
[194호] 2016년 03월 21일 (월) 듀공선생 대학원생

  대학원에 다닌다고 하면 가장 지겹게도 많이 듣는 소리가 “너 뭐 먹고 사니?”일 것이다. 21세기에 여전히 20세기의 봉급과 제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학원생이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또 어떻게든 기적적으로 살고는 있다. 포기할 것(결혼, 패션, 출산 등)들은 일찍 포기해가면서 얇은 지갑에 맞추어 몸을 가늘게 하는 생존술들은 거의 무용담에 가깝다. 
  대부분의 대학원생들이 그 생존술의 첫걸음을 조교생활로 떼게 된다. 갓 학부를 졸업한 대학원생이 생활비나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공부나 과제를 동시에 하기에는 조교일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학과에서 장학조교를 해야 업무가 적다던가, 월급조교 자리가 새로 났다거나 하는 작은 정보들은 대학원생들이 접하게 되는 첫 생존술이 된다. 그렇게 대학원생들의 대부분은 월급조교를 해서 번 월급의 반을 다시 등록금으로 바치거나, 그보다는 근무시간이 짧은 장학조교를 하며 생활비는 집에 기대거나 학원 강사로 ‘투잡’을 뛰거나 한다. 어느 새 조교와 대학원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동의어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학내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조교들에게까지 미치게 되었다. 재단이 새로 빌딩을 짓고 사업을 하느라 생긴 수십억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직원들을 감축하는데, 가장 만만한 조교들을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처음 공문을 받던 날, 조교 선생님들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 대학 행정의 가장 세세한 현장의 일은 누구도 아닌 조교들의 손으로 지탱이 되고 있었으므로, 이렇게 갑자기 내보내면 일은 누가 하겠냐며 말도 안된다고 하였다. 게다가 학자금 대출을 해서 등록금을 우선 넣어두면 3월에 장학 조교로 정식 발령이 나는 대로 등록금을 반환해준다는 말을 믿고, 이미 1월부터 두 달간 일을 해왔던 터였다. 하지만 통보가 되고 며칠 되지 않아, 결국 장학조교 선생님들은 하루아침에 학자금 대출만 떠안고 학과 사무실에서 짐을 싸서 나가야만 했다. 그 조교 선생님들이 져야 할 대출의 무게나, 두 달간 일했던 것은 누구도 값을 쳐주지 않았다. 직원이라면 노동청에나 따져볼 것을, 장학조교라서 어디에 따질 수도 없었다. 
  분하고 분했다. 왜 대학원생의, 조교의 노동은 아무도 값을 쳐주지 않는가. 그 이전에 왜 값을 쳐주지 않냐고 아무도 묻지도 못하는가. 사실은 알고 있다. 대학 내에서 대학원생 또는 조교가 일하는 것은 ‘노동’이라는 개념을 붙이기조차 어렵다. 거기에는 노동을 하면 그에 따른 임금을 지불한다는 최소한의 약속조차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이라 생각한다 해도, 대학은 단지 ‘시혜’나 ‘구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힘든 상황에서 모두 함께 이겨내기 위해 선후배 선생님들이 힘을 모으기도 한다. 그런 서로의 노고에 감사하는 것이 있다. 그런 반짝거리는 것은, 물론 좋은 부분이고 긍정적 가능성이다. 하지만 대학은 그 모든 공을 무화시키고 학교의 시혜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조교뿐만이 아니라 강의나 실업급여를 타는 것마저도 내가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마치 공짜 돈이라도 받은 듯 고마워하지 않으면 안된다. 대학원에서는 마르크스와 『자본론』, 비물질노동이니 돌봄노동이니 수많은 노동의 개념을 배우지만, 노비에게 새경주듯 다뤄지는 원생노동의 앞에서는 무화되어 버린다.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을 하려고 수많은 것들을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대학원의 생존술이라고 하지만, 점차 포기해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들마저 내놓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그러나 포기하는 것들을 늘려가는 것이 생존술일 수 없음을 깨닫는다. 오히려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늘리고 지켜가는 것이 우리의 생존술이어야 한다. 작은 것이어도 좋다. 빈자 간의 다정함이라던가 낙천성에서부터 우리가 버텨야 할 작은 자리들까지, 단지 ‘원생’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지켜야 할 것들의 목록을 새로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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