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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구태와 괴물이라는 편견을 넘어서
유정란, 『한국전쟁과 기독교』, 한울, 2015
[194호] 2016년 03월 21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기독교는 현시대 세계체제의 근간인 유럽발 근대의 전사(前史)로서 특별한 위상을 지닌 종교체제이다. 그것의 위상은 오늘날까지 유효하다. 유럽의 정신사적 근원으로서 계몽시대 합리적 이성과 부르주아 자본주의 체제, 공화정 체제에서도 기독교는 살아남았다. 유럽의 근대는 기독교의 막강한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하는 도정이면서 근대에 대한 기독교측의 대응과 타협이라는 양면의 역사다. 신 앞에서의 만민평등을 기치로 내세운 기독교 복음주의 선교는 비유럽 체제의 억눌린 특정 계층의 사상적 구심점으로서 구체제의 형해화와 그것으로 수반하는 근대체제의 서구중심화를 이끌었다. 조선이라고 예외일 순 없었다.
  윤정란의 『한국전쟁과 기독교』는 박정희 체제 이후 남한의 주류 헤게모니 집단으로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대구경북(TK)-개신교 세력이 형성될 수 있었던 한국사적 특수성의 물적 기반을 추적한 역작이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의 기원은 19세기 평안도를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서북부이다. 서북지역은 오랫동안 단군과 기자의 땅으로서 한반도의 발상지이자 문명화의 전초기지로 인식되어 왔는데, 양반 체제의 조선에서 서북인들은 정치·사회적으로 지속적인 차별을 받아왔다. 그들은 한반도 문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으로 그것을 극복하고자 했으나 차별의 벽을 넘을 순 없었다. 서북인들에 대한 정치적 차별은 그들을 자연스럽게 상업에 눈을 돌리게 했고, 출세길이 막힌 가운데 이학의 권위는 그들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그들은 기독교에 눈을 돌린다. 19세기 서북지역은 교회 역사상 유례없는 선교 성공지역으로 조선의 근대사상과 단군을 기원으로 하는 민족주의의 전초기지가 된다. 한반도 서북지역의 역사적 특수성이 낳은 상업적 기반과 그들의 기독교 수용으로 그곳은 한국판 프로테스탄트-부르주아의 요람으로 기능했다. 
  한국사의 질곡은 그들을 남한으로 내몰았다. 해방 후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파는 삼팔선 북쪽에서 조만식-기독교의 서북인 파를 밀어내는 데 성공했고 북에서 축출당한 이들은 미군정의 영향하에 있는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19세기 이래 벼려왔던 서북인들의 정치적·사상적 자산이 남한에 뿌리내리게 된다. 그들이 한반도 이남에 내린 뿌리는 프로테스탄트-부르주아 민족주의만은 아니었다. 자신들을 고향에서 축출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정치적 반감이 남한 정치의 자양이 되기 시작한 것도 이들에 의해서라고 윤정란은 밝히고 있다. 남한으로 이주한 친(親)기독교-반공의 서북인 정치세력은 미국 주도의 냉전체제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으로 전쟁구호물자를 독점하며 정치적 역량을 키워나간다. 이승만과의 갈등으로 잠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5·16 군사정변으로 남한을 장악한 박정희의 민족주의 정통성(legitimacy) 이데올로기 선전에 서북출신 기독교인 인사들이 동원되면서 그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한다'는 시민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일개 선출직 고위공무원의 사려없는 발언과 역겨운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코미디언의 극우목사로의 전직 등 현재 한국사회 상식적 시민의 관점에서, 반공-기독교 이데올로기 집단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구태이자 괴물의 집합으로 혐오되고 있다. 아무리 현재의 모습이 처참한 괴물이더라도 그 역겨움에 눈을 감을 순 없다. 그것의 역사적 실체와 토대는 현재 한국정치사회의 핵심 그 자체이기에 우리는 그 실체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하며 정당한 이의의 논리들을 벼려나가야 한다. 윤정란의 『한국전쟁과 기독교』는 이에 대한 탁월한 지적 주춧돌이자 시민적 비판정신의 용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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