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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in동악] '이종교합'이라는 이름의 유혹
2016 미술학과 박사논문 소개 - 포스트 모던, 매드 사이언티스트, 그리고 키메라
[194호] 2016년 03월 21일 (월) 이한나 편집위원

  정해진의 미술학과 박사학위 논문 「회화창작의 소재변용과 그 작품에 관한 연구」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는 ‘이종교합’이다. 그녀의 설명을 따르자면 20세기 이후 미술에서는 소재를 단순히 재현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소재 자체의 (주어진) 본성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이른바 포스트 모던적 시도들이 행해졌다. 그 시도들 중 하나가 바로 이질적 소재의 결합, 즉 ‘이종교합’이다. 
  정해진은 다시 이종교합을 ‘이질적 사물인 동물성과 식물성, 생물과 무생물 등을 상호 결합시키는 방식’이라고 좁혀 설명하고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본다. 그리고 거대한 호박 위에 무수히 많은 검은 점들이 찍혀 있는 그녀의 대표 연작 〈호박〉을 생물(호박)에 무생물(점)이 결합된, 이종교합을 나타낸 대표작으로 손꼽는다.
  이 논문은 저자 자신이 창안한 미술 작품의 가치를 근래 미술사 안에서 의미 있게 평가하고자 하는 욕망이 담긴 글이기도 하다. 따라서 저자 자신의 작품들이 쿠사마를 일정 부분 잇는, 이종교합이 잘 구현된 작품으로서 논문에 등장한다. 논문에 실린 그림들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정해진의 작품은 사과, 혹은 꽃 등의 식물에 호피무늬를 그려 넣은 것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이 식물성과 동물성이라는 이질적 성질 간의 결합은 오브제 자체의 일원적인 의미를 벗어나 이중적인 시선을 유도”한다고 발언한다. 죽어가는 식물에 호피가 접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생명력을 가진 개체가 재탄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로 이종교합의 의의에 대해 설명한다. “이종교합이 가지는 장점은 작품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더 많은 질문을 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의 확산과 변용을 통해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또 다른 영역으로 발전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이는 소재가 가지고 있는 결점이나 또는 장점 등을 작가가 우위에 있는 우성적인 요소를 선발하고 편집을 통해 균형을 이루게 할 수도 있다.”라고. 이렇듯 꽤 낙관적으로 미술사 안에서의 이종교합의 가치에 대해 설파한다.
  그러나 이종교합은, 식물성과 동물성의 결합은, 식물과 호피의 이 혼합은, 저자가 단언하듯 “우성적인 요소만이 선발”되어 “편집을 통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두 가지, 세 가지 생물(혹은 무생물)을 나름의 소망에 따라 한데 뭉쳐 새로운 종(種), 키메라를 탄생시켜 놓고는 제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기쁨에 기꺼워하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떠오르진 않는가. 언제고 제가 만든 그 “우성적인”, 그러나 종잡을 수 없는 동물에 끝내 변을 당하고야 마는 매드 사이언티스트가 말이다.
  결과적으로 ‘우성(優性)의 신화’에 대해 강조하고 있는 이 논문은 읽는 이로 하여금 서로 다른 종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종의 탄생이라는 매혹적인 말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하지만 이 논문은 또한 ‘포스트 모던’이라는 그럴듯한 언사로 인해 말끔히 소거되어 버리고야 마는, 이종교합의 결과물, 즉 키메라를 보았을 때의 그 기괴함, 당혹감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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