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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말라가는 풀을 만지고
[193호] 2015년 12월 07일 (월) 이제니 시인

  말라가는 풀을 만진다. 죽음은 도처에 있다. 어둡고 황량한 거리가 펼쳐진다. 잃어버린 기억을 옮긴 것입니다. 소박하고 찬 공기를 흘려보낸다. 살아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지나온 목소리가 어제의 풍경으로 기록된다. 흘려듣지 않고 새겨듣기로 합니다.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하나의 계절이 끝나가고 있다. 녹색의 풀이 갈색으로 말라가고 있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전의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많은 것들에 뒤덮여 살아 왔다. 밤색과 자주색 나무의 색이 계절의 색을 대신한다. 비가 내릴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나간 일을 다시 해석하지 않는 것은 시간이 흐르는 방향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의 감정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하십시오. 효과가 없으면 반환해 드립니다. 사라지는 목소리의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른쪽으로 멀어져가는 노래를 따라간다. 경계는 무엇과 무엇으로 드러낼 수 있습니까. 그것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입니다.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있다. 자신의 내면을 타인과 어느 정도 공유할 수 있습니까. 부끄러워지는 기분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정면만을 바라보게 되어 있는 구조 속에 갇혀 있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방어기제는 억압과 투사이다. 주변으로 펼쳐지는 동심원이 있다. 마음이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올바른 옷차림을 중시합니다. 꿈속에서는 초현실주의적인 문양이 끝없이 반복된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진실은 어디에 있습니까.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야만 합니다. 오래된 나무를 중심으로 시간을 배치한다.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날들이다. 시간을 날아가도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말라가는 풀을 만진다. 되돌아서서 다시 되돌아본다. 놓여 있습니다. 닫혀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습니다. 내일로 나아가는 걸음이 어제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손가락 사이에서 다시 풀들이 자란다.

   
   

<시인 소개>
1972년생. 2008년 『경향신문』으로 데뷔.
2010년 시집『아마도 아프리카』출간.
2014년 시집『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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