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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사물’의 시학 혹은 ‘다키 고지’라는 고유명
多木浩二, 『視線とテキスト―多木浩二遺稿集』, 靑土社, 2013.
[193호] 2015년 12월 07일 (월) 정창훈 문학평론가
   
 
   나의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다. 내가 문학·문화이론을 공부해오면서 가장 심취했던 분야가 있다면 그것은 기호학이었다. 바르트, 그레마스, 에코, 로트만 등의 저작을 읽고 그 독서법을 흉내내면서 텍스트를 읽는다는 재미를 최초로 맛보았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나는 새로운 텍스트를 접할 때면 바르트의 에크리튀르론이나 그레마스의 기호학적 사각형을 떠올리며 그것을 읽는 버릇이 있음을 고백한다.
  다키 고지와의 만남 또한 기호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되었다. 석사논문 준비를 위해 일본의 여러 기호학 연구서들을 탐독하기 시작할 무렵, 다키 고지의 『기호로서의 건축(記?としての建築)』이라는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이것에 크게 감명을 받아 그의 저작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 중 『시선과 텍스트』는 2011년 타계한 그의 학문적 성과를 기리기 위해 출간된 유고집이다. 이 책은 다키 고지가 생전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였던 건축, 디자인, 미술, 도시공간 등에 관한 기호학적 고찰을 담은 비평과 논문들이 수록되어 있다. 유고집이라고는 하나 미완의 원고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다. 그 동안 단행본으로 묶여 출간된 적 없는 글들을 주제별로 분류하여 수록한 저작집이라 보는 것이 더 알맞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다키 고지가 일생동안 연구해온 광범한 주제들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 있어 상당히 유효하다. 그는 기호학적 접근을 통해 '사물(もの)'에 잠재된 사회와 역사의 무의식적 의미들을 탐구해온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일상용품 및 가구, 도시의 구조, 건축 공간 등이 변용되어 온 과정을 추적함으로써, 그것들이 구축하고 고착화시킨 ‘근대’라는 시스템을 고찰한다. 그의 독특한 점은, 우선 현대인의 일상에서 그야말로 흔해빠진 ‘사물’들을 탐구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들을 탈자연화 혹은 재역사화함으로써 현대 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소쉬르적 기호학의 성과를 정력적으로 섭취한 이론가답게, 그는 개별 기호가 지니는 의미를 파헤치는 연구자가 아니라, 그것들의 의미들을 총괄하는 기호체계의 이데올로기적 작용을 문제화한다.
  특히 주의 깊게 읽어 보기를 권하는 부분은 제2장 『사물과 기호의 궤적―가구론(ものと記?の軌跡―家具論)』이다. 다키 고지는 의자, 테이블, 침대와 같이 인간의 활동과 밀접히 연관되는 사물들이 구성해내는 특정한 자세는 하나의 ‘문화적 신체’를 구성한다고 말한다. 즉 그는 일상적 사물에 은폐된 기호의 궤적들을 추적함으로써, 인간의 신체가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특정한 계층, 특정한 집단에 귀속됨을 그 자체로서 표현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나아가 그는 문화란 그러한 사물들을 매개로 하여 언어적 의미나 사회적 관계보다도 심층적으로 삶 속으로 전수되어 각종의 기호현상을 일으킨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그의 기호학적 분석은 '문화적 신체'에 대한 계보학적 해석에 다다른다.
  이처럼 다키 고지의 참신하면서도 성실한 문화분석의 방법론을 접할 때마다, 국내에 그의 저서가 그다지 소개되지 못한 사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그의 저서가 전혀 번역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포츠를 생각한다』(홍경, 2000), 『전쟁론』(소화, 2001), 『천황의 초상』(소명출판, 2007)의 세 권의 국역서가 있긴 하지만, 사진예술, 영상문화, 건축비평 등에 관한 주저들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시선과 텍스트』를 통해 그의 전반적인 연구이력을 파악해봄으로써, 관심이 가는 다키의 또 다른 저서들과 만나 볼 기회를 갖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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