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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309동 1201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은행나무, 2015.
[193호] 2015년 12월 07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어떠한 것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라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자신의 ‘삶’에 관해서 쉽사리 ‘입’을 열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닐까 답한다면 그것은 스스로를 더 참담하게 만드는 언명이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다. 대학원생이 ‘입’을 잃어버리게 된 데에는 수많은 곡절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입’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 누군가는 ‘대학원 사회’에는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운 ‘타자’가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어떤 발화는 스스로가 발 딛고 선 땅이 어떤 곳인지를 환하게 내려다본 그 순간부터만 가능한 것이고, 그 땅을 응시하며 계속 서 있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해부(解剖)는 같은 땅에 위태롭게 함께 선 이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응시임에 분명하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연재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이하 지방시)’가 일반의 폭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을 때, 주변 대학원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필자의 에피소드들이 남 일 같지 않아 눈물을 흘렸다는 소감부터, 자신이 속한 대학과 학과의 시스템이 그 정도로 몰상식하지는 않아서 다행이라는 경우, 필자가 대학원에 적응하지 못하고 적대적인 것을 회의하는 반응까지, 공감과 연민, 분노, 배제, 체념의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 떠돌았다. 『지방시』의 특별 챕터인 「대학 시간강사 K씨께」에 소개된 것처럼 또 다른 시간강사 누군가는 ‘지방시’ 필자의 에피소드가 “우리나라 대학 시간강사의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며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이런 분들의 엉터리 글이, 이 문제의 진정한 본질을 흐릴 수도 있”다고 불편한 심기와 우려를 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불편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신자유주의적 생태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학생 조교와 시간강사를 대학 행정과 교육의 최전선에 손쉽게 배치시키고 열악한 노동 조건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정작 그 체계를 묵인하고 방관하며 때로는 내면화하고 있는 존재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질문은 자주 생략되곤 한다. 극히 특수한 사례라는 인식이나 모두가 피해자라는 당위는 얼마나 무력하고 소모적인가.
  ‘지방시’가 인기 게시물이 되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직후 ‘지방시’의 필자는 지도교수를 비롯한 주변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사과를 하러 다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지방시』에 수록된 ‘감사의 말’과 편집본 곳곳에도 사죄와 감사, 오해에 대한 해명이 쾌쾌 묵은 양념처럼 뿌려져 있다. ‘지방시’의 필자를 고통스럽게 했던 “제도권 삶”은 『지방시』라는 이 발칙한 내용의 책에도 강력한 주박으로 남아 그를 옭죄고 있는 것이다.
  ‘지방시’의 필자는 “아카데미의 일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대답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아마 그 길고 지난한 문답의 여정과 환멸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원생’은, ‘지방시’는 누구인가. 앞으로도 그는 일주일에 이틀은 ‘교수님’으로 살고, 사흘은 맥도날드의 ‘노동자’로 살아나갈 것이다. 결국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어떤 삶에 대해서 누구도 쉽게 응답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라는 그의 말을 곰곰 새겨볼 밖에. 응시는 그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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