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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in동악] 식민지시기 근대소설과 도시공간
2015 국어국문학과 박사논문 소개
[193호] 2015년 12월 07일 (월) 김세연 편집위원
  유인혁의 「식민지시기 근대소설과 도시공간」은 한국의 근대 문학을 공간의 관점에서 다시 바라본다. 이제껏 근대 문학 연구에서 경성에 대한 분석은 공간을 통해 이루어지는 식민통치 전략에 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지리적 협소함’이라는 난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테면 도시 빈민의 삶에 대한 묘사는 일부 외곽지에 한정되며, 소비문화에 대한 접근은 번화한 상업구역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도시의 통합적인 상, 그러니까 전체적인 감각을 파악하는 것이 소설의 전체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이 논문은 도시 공간이 가지고 있는 복잡한 형태와 기능을 분석하기 위해 ‘지도그리기(mapping)’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지도는 공간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공간 속 나의 위치 그리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프랑코 모레티에 따르면 문학 지리는 ‘공간 속의 소설’과 ‘소설 속의 공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역사의 장소들이 소설에 재현되는 방식에 대한 탐구이고, 후자는 작가가 글쓰기를 통해 구성한 공간이다.
  유인혁의 논문에서는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용하여 문학과 도시의 관계를 규명하고 있다. 첫 번째 방식으로는 공간이 인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두 번째 방식으로는 플롯이 구성되는 공간적 원칙을 탐색했다.
  논문에서는 이광수와 염상섭이 장편 소설을 통해 구축한 공간의 문법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이를테면 이광수 소설에서는 공간이 대립쌍의 방식으로 형성된다. 인물들은 둘로 나뉜 공간 중 한쪽을 선택하고, 양분된 의미망 속으로 진입한다. 염상섭의 소설에서는 ‘제 3의 공간’이 나타나는데, 이는 인물들 간의 다양한 관계를 형성하며 소설이 다각화되는 원인이 된다. 또 이광수 소설에 등장하는 경성의 장소는 북촌에 집중되어 있는 반면 염상섭 소설의 경우에는 경성의 전 지역을 아우른다. 일반적으로 북촌은 조선인, 남촌은 일본인의 구역으로 볼 수 있는데 염상섭은 각 구역에 사는 조선인과 일본인의 모습들을 모두 재현하였다는 점에서 이광수에 비해 사회적 분할과 복잡성을 상세히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이 식민지 시기의 경성을 다루는 방식은 흥미롭다. 경성을 서사의 ‘배경’으로 인식하고 그 재현양상에만 집중하여 의미를 도출하는 기존의 연구와 달리 유인혁의 논문은 도시공간을 입체적으로 파악한다. 공간은 단지 사건의 배경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일으키는 능동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공간에는 사회적 맥락이 기입되어 있으며 사회 체계는 공간적 요소를 반영한다.
  유인혁이 제시한 ‘맵핑’ 방식은 전통적 국문학 연구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해석의 틀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논문 뿐 아니라 추후의 연구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다.
  그러나 공간적 요소가 소설의 플롯과 직결된다는 전제는 논란의 여지가 다분하다. 논문은 인물 간의 심리적 간극이 물리적 거리와 유비적 관계를 맺고 있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수치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방법은 비약적인 연구결과를 도출할 위험이 있다. 또한 구체적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인물들에 대한 분석이 어렵다는 점과 공간 외적 요인들을 누락시키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유인혁의 논문은 근대 문학 연구의 주제와 방법을 넓혔다는 큰 의의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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