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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학위논문 심사 ‘거마비’ 관행 … 0원에서 1,000만원까지
교수 양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행 체제 정비 필요 … 세부 징계안 마련해야
[193호] 2015년 12월 07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 중인 A씨는 선배로부터 논문 심사를 받을 때 ‘거마비(車馬費)’를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해들은 바대로라면 5명의 심사위원들에게 각 100만원씩, 총 500만원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대학원 진학 이후 쭉 전일제 대학원생으로서 살아왔던 A씨에게 500만원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거마비를 마련하기 위해 논문 심사를 미루는 대학원생이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은 있었지만 본인이 속한 학과에서도 거액의 거마비 관행이 있는 줄은 몰랐다. A씨는 결국 지도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상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고, 지도교수를 제외한 4인의 심사위원들에게 총 160만원을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박사학위 논문 심사 과정에서 피심사자가 심사자에게 전달하는 ‘거마비’는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공공연한 비밀이다. 문자 그대로 이동시 발생하는 교통비 등을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전달하는 돈인 소위 ‘거마비’는 일부 계열의 논문 심사 과정에서 관행처럼 굳어져버렸다.
  문제는 거마비 관행이 아예 없는 경우도 있는 반면, 명확한 근거 없이 고액의 거마비를 준비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B학과의 경우 전일제 대학원생은 총 500만원, 직장인 대학원생은 총 1,000만원을 준비하는 게 상례가 되었다. 모두가 지켜온 관행에 대해 이제 막 학위를 취득하고자 하는 대학원생이 반기를 들기란 쉽지 않다. 암묵적으로 정해진 기준 금액에 따라서, 혹은 지도교수의 의향에 따라서 ‘거마비’는 1,000만원이 되기도 하고 0원이 되기도 한다.
  임용 이후 처음으로 지도제자의 박사논문 심사를 맡게 된 C교수는 본심 당일 제자로부터 거마비가 든 봉투 다섯 장을 전달받았다. 봉투에는 각각 30만원 가량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C교수는 고심 끝에 지도제자에게 다섯 장의 봉투를 돌려주었다. 틈틈이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논문을 써온 제자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이후 C교수가 속한 학과의 몇몇 교수들은 적어도 자신들만큼은 거마비를 받지 말자는 결의를 했다고 한다.
  거마비는 같은 계열이라도 학교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였고, 같은 학과라도 지도교수가 누구냐에 따라 유무가 갈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심사위원 2∼3인에게만 거마비를 지급하는 사례도 있고, 아예 거마비 관행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거마비를 지급하는 경우, 심사위원 1인당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200만원에 이르기까지 그 규모 또한 천차만별이었다.
  문제는 피심사자가 감당하기 힘든 액수의 거마비가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되어 있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거마비 봉투를 다시 돌려주는 교수들이 적지 않은데도 거마비를 준비하지 않는 것이 ‘결례’처럼 되어버린 관행 탓에, 피심사자가 거마비 봉투를 준비하지 않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박사논문 심사와 거마비 관행이 한 학교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보니 교수들끼리도 서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거마비를 받고 안 받고는 교수 개인의 도덕성과 양심에 전적으로 맡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사를 받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OOO교수는 봉투를 받아갔다더라”라는 뒷말이 나돌 정도이다.
  우리 학교는 2013년에 박사학위논문 심사비를 기존 40만원에서 63만원으로 대폭 인상한 바 있다. 당시 학교는 “논문심사비를 현실화해 피심사자들이 공식적인 심사비 외에 관행적으로 지출해야 했던 사례비, 식사비 등의 비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사비를 인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내부 심사위원에게는 각 9만원, 외부 심사위원에게는 15∼18만원을 지급하게 되었고, 이후 학교 측은 교수들에게 ‘학위논문 심사 관련 연구윤리 준수 협조 요청’을 통해 권고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거마비 문제와 관련해 대학원팀 관계자는 “거액 거마비 피해 사례에 대해 실명 신고가 접수된다면 거마비 수수 교수는 ‘교원 품위 손상에 대한 징계안’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 현재로서는 실제 적발 사례가 없다보니 권고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행 고등교육법은 학위논문 피심사자에게 실비에 상당하는 심사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연세대와 포항공대 등은 별도의 논문심사료를 징수하지 않고 교비 내에서 심사료를 충당하여 지급하고 있다. 이처럼 기납부된 등록금 내에서 대학원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현행 심사료 징수 체계를 정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을 수도 있다.
  논문 심사비의 현실화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대학원생들도 적지 않다. 최근 박사학위를 취득한 D씨는 “5인의 심사위원들이 논문을 정독한 뒤 한 자리에 모여 총 3회의 심사 과정을 거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선의 비용은 감사한 마음으로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에 납부하는 논문 심사비와 학생이 따로 준비해야 하는 거마비가 잣대 없는 이중 납부라는 비판을 피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식선의 심사비용을 훌쩍 뛰어넘는 과도한 거마비 수수 관행에 대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계도책과 징계안이 마련되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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