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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대학원생들이여,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192호] 2015년 11월 02일 (월) 이비씨다 대학원생

  ‘우골탑 옆 대학원 숲(이하 우골탑)’이라는 트위터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인문사회계 대학원생이나 조교, 시간강사들의 ‘메아리 봇’을 표방한 이 계정에는 천여 명의 팔로워가 모여들었다. ‘우골탑’이란 게 ‘대학’을 빈정대는 표현인 만큼, 트윗의 내용 대부분은 대학원생으로서 살아가는데 따르는 경제적 고충이나 대학사회의 여러 부조리에 대한 성토로 가득했다. 당시 우골탑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양분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에서는 자신의 처지가 단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확인하며, 그를 통해 위안이나 안도, 용기를 얻는 부류가 있었던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술자리에서의 푸념을 굳이 온라인에서까지 나눌 필요가 없다며, 그 특유의 패배주의적 정서를 조롱하고 있었다.


  당시로선 전자의 ‘순진함’과 후자의 ‘위선’ 모두를 비웃기도 했었다. 불안을 공유하면서 얻는 위안이 한심해 보였고, 자신을 애써 차별화하려는 자들이 감히 어리석어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는 하지 못하겠다. 다만 나도 사실은 저들과 동류라는 반성적인 자의식은 조금 생겼다. 부당에 무뎌지고, 울분이 만성화되어 즉자적인 감정 토로 이외에는 아무것도 행하지 못한다. 자신의 지적 능력이 경제적으로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에는 불만이면서도, 정작 지금 내고 있는 고액의 등록금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대학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은 있지만, 대학제도에는 무심하고, 연구자로서의 자부심은 있지만, 바로 그러한 연구자를 생산해내는 대학원 시스템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조금은 ‘의식화(?)’된 원생들은 타당하게도 구조의 문제를 거론하지만, 실은 바로 그러한 구조를 지탱하고 있는 것도 타성의 젖은 대학원생, 당신과 나를 포함한 바로 우리 아니던가.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물론 내게도 답은 없다. 하지만 개별화된 대학원생들의 감정 토로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감정을 지우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바로 그러한 감정 자체가 공유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고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원생들의 개별화 양상은 일견 당연한 것이다. 원생들은 그 특성상 최소 20대에서 최대 4~50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령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세대의식도 다양하고, 실제 처한 계급적 조건이 다르기도 하다. 더군다나 학진 체제 수립 이후, 개인의 성과주의까지 만연해져, 공동의 의제를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내에서 거의 유일한 대학원생 자치 기구라 할 수 있는 원총마저도, 대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활동을 하려 해도, 우선 원생들의 철저한 무관심과 싸워야 한다. 이처럼 개별화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산재한데, 원생들이 대응해야할 문제들은 집단적 힘을 요한다는 딜레마가, 우리 앞에 가로놓여 있는 것이다.


  사실 모두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대학원생이 처한 문제라는 게, 대부분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해결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정적인 차원에서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것을 말이다. 등록금 및 장학금, 원생복지와 조교노동처우를 비롯한 경제 방면의 문제, 연구 공간 확보와 수업개설, 행정지원 등의 연구환경 개선 문제, 원총과 언론사, 세미나 활동지원을 포함한 학내 민주주의 실현 문제 등등은 모두 대학으로부터 정당하게 보장받아야 하는 대학원생의 권리이다. 그런데 이러한 권리가 술자리의 푸념이나 온라인 계정에서의 한탄으로 쟁취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러한 정념들이 ‘함께해야 한다’는 의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감정적 계기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분명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골탑의 경우처럼) 원생들의 감정토로가 데이터베이스화되어, ‘공유될 수 있다’는 상황 자체에 대한 ‘의식’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우골탑의 저 작은 웅성거림은 자신의 고민을 들어줄 타자에 대한 요청에 다름 아니다. 당장 대학 당국이나 정부와 직접 대결할 수 있는 대학원생 결사체를 조직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국가와 대학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자립적인 소규모 단위의 대학원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여러 원생들이 모여 만든 세미나도 그 중 하나일 수 있겠다. 그 안에서 공동의 의제는 없어도, 원생으로서 저마다 가지고 있는 고민 자체를 함께 나눌 수는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에서 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퍽 외로운 일이다. 원생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왜소하고, 학내 위상도 무너지고 있다. 더욱이 그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고립될 순 없다. 우선은 각자의 감정에 충실하고, 고민을 나누자. 그러한 고민들이 쌓이면 함께 모색할 길이 열릴 거라는 순진한 믿음에 내기를 걸자.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은 결국 이 하나다. 대학원생들이여,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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