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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생명의 가능성, 또 다른 코페르니쿠스 혁명
[192호] 2015년 11월 02일 (월) 윤 성 철 천문학자,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 화성에서 발견된 ‘반복되는 경사면 띠’는 흐르는 물에 의해 형성돼 경사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경사면에서 물기를 함유한 소금이 발견되었다.            (사진 출처=NASA)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은 뿌리 깊은 본성이다.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위해 끊임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정체성을 파악하고자 중국, 일본, 유럽의 문화와 생활 방식을 살펴보곤 한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버릇은 개인적으로는 그릇된 방식의 자존감을 키울 수도 있지만, 학문의 세계에서 비교는 관찰 대상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생물학의 기초가 되는 계통 분류는 다양한 생명체의 특성이 서로 어떻게 다른가를 비교하여 이루어낼 수 있었던 성과이다. 

  왜 화성인가? 왜 천문학자들은 화성의 탐사에 그토록 큰 노력을 기울이는가? 낯선 세계를 동경하는 과학인들의 근본적인 호기심이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화성을 통해 우리의 보금자리인 지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비교 대상은 모기나 박테리아가 아니라, 침팬지와 같이 인간과 매우 닮았으면서도 닮지 않은 유인원들이다. 마찬가지로, 목성이나 토성과 같은 거대 행성보다는 크기와 질량, 자전 주기, 구성 성분, 표면 온도 등에 있어서 지구와 훨씬 더 유사한 화성이야말로 가장 좋은 지구의 비교 대상일 수밖에 없다.


  특별히 화성 탐사를 통해 학자들은 지구에서 생명이 어떻게 탄생했는지에 관한 열쇠를 얻고 싶어 한다. 오늘날 우리는 우주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진화해 왔는지 매우 상세하게 이해하고 있지만, 여전히 생명의 기원 문제에서는 머리를 긁적거리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는 혼자인가?”라는 그 흔한 질문에 조차 우리는 할 수 있는 답이 여전히 없다. 우리 은하에만 해도 태양과 유사한 별이 수천억 개가 존재한다. 그 중에서 우리 지구와 같이 생명이 존재하는 행성은 과연 얼마나 많을까? 고등 문명을 성취한 외계인도 혹시나 있을까? 이 질문은 결국 또 다른 질문을 던진다. “이 우주에서 생명의 탄생과 진화를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


  지구는 태양과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아서 물이 액체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적절한 표면 온도를 가질 수 있다. 질량도 적절하게 큰 덕분에 비교적 압력이 높은 대기층이 중력에 의해 유지될 수 있고, 지구 내부 핵의 유체 운동이 생성하는 강한 자기장은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하면서 지구 대기가 파괴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있다. 또한 화산과 같은 지각활동은 지구 표면의 온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온난화 효과에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시의 적절하게 공급하고 있다.


  반면에 화성은 어떤가?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37 퍼센트 정도로 크게 다르지 않다. 태양으로부터의 거리도 적절하여 표면 온도는 영하 80도에서 영상 5도 정도로 지구와 유사하다. 지질학적인 증거들에 따르면, 먼 과거에는 화성에서도 액체 상태의 물이 풍부하게 존재했고, 대기의 압력도 현재에 비해 꽤 높았기에 지구와 환경이 매우 유사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오늘날에는 화성의 지자기 활동이 매우 미약하기에 우주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막지 못해 대기층은 거의 파괴되었고, 지각 활동 역시 대기 온난화 효과를 일으킬 만큼 활발하지도 않다.


  삭막한 사막으로 변한 현재의 화성에서 물은 얼음 상태로만 존재한다고 오랫동안 우리는 믿어 왔다. 물이 얼음 상태로 머물러 있다면, 생명의 탄생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각종 복합유기분자의 화학적 생성과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나사에서 길이가 약 100미터 정도인 개울물을 발견했다는 소식에 모두가 열광한 것은 그래서 너무나도 당연하다. 비록 이 물에는 과염소산이라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이 담겨져 있지만, 과염소산 소금물에서 서식할 수 있는 미생물들은 지구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 발견은 가까운 장래에 화성에서 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한껏 높여주고 있다. 나사에서는 2035년까지 유인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있고 그런 탐사를 통해 화성과 같이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미생물을 발견한다면, 굳이 지구처럼 온화하고 물이 넘쳐나는 특별한 환경이 아니더라도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우주는 생명의 가능성으로 가득한 곳일지도 모르고 지구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는 화성을 통해 또 다른 코페르니쿠스 혁명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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