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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교’라는 이름의 ‘노동자’ … 조교의 노동자성 인정하고 임금과 노동조건 현실화해야
9년째 동결된 월 단위 조교 장학금 130만원 … 실질 생활 임금 보장과 근무 조건 개선 절실해
[192호] 2015년 11월 02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조교 처우 개선을 위한 간담회’가 10월 19일 개최되었다. 이번 간담회는 대학원 총학생회가 상반기 학생대표자회의 의결에 의해 수행된 ‘조교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하고, 현행 조교 제도의 전반적 문제들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원총은 조교들의 근무 환경과 처우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문제점을 공유하기 위해 상반기 ‘조교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총 103명의 현직 조교들이 42개 문항으로 이루어진 설문에 응답했으며, 내용은 근무시간, 수업보장 여부, 장학금 만족도, 노동 강도, 인원 감축 등에 관한 것이었다.


  현행 조교 제도의 문제점으로는 9년간 동결된 월 단위 장학금, 장학금에 비해 센 노동강도, 조교 정원 및 장학금액 선정을 각 부서에서 결정하는 방식, 조교의 근로자성에 대한 논란, 수계 법회 참석 강요, 채용시 특수 대학원 우대 관행, 등이 거론되었다.


  현재 우리학교는 행정·연구·교육조교 등으로 조교임용규정을 두고 있다. 규정상 행정조교는 주 40시간 근무에 월 130만원을 수령하며, 연구조교와 교육조교는 주 40시간 또는 20시간을 근무하고 학기당 수업료 전액 또는 반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면제받는다. 그러나 설문에 응답한 행정조교 중 과반 이상이 4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다고 응답할 만큼 높은 노동 강도와 과도한 노동 시간은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특히 이공계 조교들의 경우 주 60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면서 월 80만원을 받는 등 극단적인 피해 사례들도 보고되었다. 조교 장학금에 불만족한다고 밝힌 설문 응답자는 총 66%였으며, 그 이유로는 장학금액에 비해 업무량이 과다하다는 점을 꼽았다. 반면 응답자의 33%는 업무량에 비해 장학금이 만족스럽다고 밝혀, 근무처에 따라 업무량과 장학 만족도에 차이를 보였다.

  9년간 동결된 월 단위 장학금
  등록금 내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쳐

  대학원생이 조교업무를 수행하는 목적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인데, 현행 제도 하에서는 외부의 도움 없이 조교 장학만으로 학업과 생활을 병행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거론되었다.


  우리학교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9년간 월 단위 조교 장학금을 130만원으로 동결해왔다. 월 단위 장학 조교가 주당 40시간, 1학기를 근무하면서 받는 총액은 780만원으로 각 계열별 등록금을 감액하면 2015년 기준 1인 가구 최저생계비인 617,281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인문사회계열 조교의 등록금 감액 후 월 환산 생활비는 51만원으로 최저생계비에 다소 근접하지만, 자연과학·예체능·공학·의학계열 조교의 등록금 감액 후 월 환산 생활비는 7~31만원에 불과하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등록금 상승률이 31.35%였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29.07%였다는 점 또한 월 단위 장학금 인상의 필요성을 방증하는 근거로 제시되었다. 인문사회계 등록금이 2006년 3,605,000원, 2015년에 4,735,000원인데 비해, 조교의 월 장학금은 9년째 130만원으로 동결되어 온 것이다.


  조교는 임용 대상자를 전일제 학생으로 제한하는 규정에 따라 4대 보험 가입증명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근무기간 동안 4대 보험에 가입되는 아르바이트 등에 뛰어들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현행 규정상 조교 업무 외에는 부수입을 얻을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장학금은 실질 생활 임금에도 턱없이 못 미치고 있어, 추가 수입 없이 학업과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부당한 업무 지시·근무시간 초과에
  적극적인 대응 어려워

  조교 규정에서 적시한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과도한 노동을 해야 하는 사례들도 다수 보고되었다. 연구소 혹은 실험실 상황에 따라 근무 시간이 조정되면서 근무 요일과 시간에 관계없이 근무처에 상주해야 하는 상황, 교수의 성향에 따라 주 20시간을 초과하여 업무를 해야 하는 경우, 정해진 업무 시간 이외에 수시로 지시를 받아 수행해야 하는 사례, 수업이나 연구와 무관한 사적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 등이 거론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의 경우 소속 부서의 교직원이나 지도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과도한 노동 지시와 부당한 처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A학과의 행정조교는 “6시 이후에 퇴근했는데도 교수로부터 ‘어제 일찍 들어갔더라?’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실수를 한 건가 싶어 가슴이 철렁한다”며 조교로서 느꼈던 고충을 털어놓았다.

‘조교’는 ‘장학생’이 아닌 ‘노동자’다

  열악한 조교 처우의 핵심적인 원인으로 거론된 것은 우리학교가 실질적으로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조교들은 노동의 대가를 ‘임금’이 아닌 ‘장학금’이라는 명목으로 지급받고 있다. 조교직을 수행하는 대학원생은 어디까지나 ‘장학생’인 까닭에 조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교들은 근로기준법에 의거하여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도 항의할 수 없고, 부당해고에 저항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수년을 조교로 일하더라도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하고, 4대 보험 등에 가입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조교실태조사를 총괄한 신정욱 원총 기획국장은 “학교는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된 금액으로 세전상의 혜택을 누리며, 장학금 수여 지표에 조교 장학금을 포함시킴으로써 ‘1인당 수혜 장학금’ 지표를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조교들은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고 열악한 처우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다.”며 보고된 부당 사례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현행 교등교육법상 조교는 ‘교직원’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학교가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장학금’이라는 용어로 치환하면서, 조교는 근로기준법이 적시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조교의 노동에 대해 응당히 지불해야 되는 보수들은 학교의 운영비로 산정되어야 하는 것인데, ‘임금’이 ‘장학금’ 혜택으로 둔갑하면서 졸지에 조교는 ‘노동자’가 아닌 ‘장학생’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조교는 단순히 ‘장학생’으로 공부에 전념할 수도 없다. 월 130만원을 받으며 학과 행정 제반의 업무를 총괄하는 조교가 수행하는 업무의 중요성과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막중하다.


  재적인원이 많은 B학과의 행정조교는 “입학이나 졸업사정을 하는 기간에는 업무량도 많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졸업사정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소송을 하는 학생도 발생하는데 그 업무를 담당하는 게 학과 행정조교”라며 조교에게 주어지는 막중한 책임감과 압박감에 대해 토로했다.


  2015년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학교 대학원의 근로 장학 수혜율은 32%인데 반해 성적우수 장학금의 수혜율은 0.3%에 불과하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장학’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장학금 책정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장학생’이라는 명목으로 조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임금과 노동조건을 현실화하지 않는 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심각한 사안이라는 문제의식이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공유되었다.

  불합리한 인사 행정 시스템 개선해야

  일방적인 조교 인원감축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도 요구되었다. 각 부서들에 책정되는 예산을 감축하면서, 2인이 전액 장학금을 받고 하던 업무를 2인 반액 장학금으로 삭감하여 지급한 사례, 전액 장학금을 수혜받는 조건으로 조교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는데 학기 중간에 학교 본부로부터 반액 장학금밖에는 지급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은 사례 등이 보고되었다. 담당해야 할 업무량은 동일한데도 일방적으로 조교 인원을 줄이거나 장학금액을 삭감하는 등 폭압적인 인사 행정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해온 것이다.


  이미 수계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1년에 한 번씩 수계 법회 참석을 강요하거나 수계증을 분실하면 수계를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반복해서 받은 수계로 인해 수계명이 3∼4개에 이른다는 조교들도 있었다.


  조교 채용시 특수 대학원생을 우대하는 관행에 대한 불만도 보고되었다. 채용 공고에 특수 대학원생을 우대한다고 명시하거나, 면접시 야간 수업만 수강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정해진 업무 이외의 부수적인 일들을 해야 하는 부담, 교직원의 업무 전가, 조교 충원을 지원해주지 않는 사례 등이 보고되었다.


  대학원 총학생회는 조교 실태 설문조사와 간담회에서 수렴된 의견들을 취합하여 학교 운영본부에 다음과 같은 ‘조교 처우 개선을 위한 요구안’을 전달했다. 요구안을 전달 받은 대학원팀 관계자는 접수된 요구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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