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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학생사회와 정치 : 혐오와 온라인, 그 이후는
[192호] 2015년 11월 02일 (월) 김 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 교육보조수당 폐지와 등록금 인상에 반발하여 일어난 2010년 런던 학생운동의 한 장면.  
 

  대학에서 정치의 실종 혹은 종언?

  내 대학시절이던 80년대 후반, 대학생에게 정치―그때는 운동이라고 불렀다―는 삶 주변에 산재한 익숙한 것이었다. 술자리와 토론 속에서 ‘나는 백기완을 지지한다’ 혹은 ‘내 입장은 비판적 지지다’ 등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야기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요즘 그 시절 이야기를 현재와 비교하고 ‘너네는 너희밖에 몰라’란 식으로 생각하다간 속칭 ‘꼰대’라고 불리기 십상이다. 


  얼마 전 20대와 청년노동에 관해 이야기하는 좌담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는 ‘분노’였지 참여는 아니었다. 적지 않은 20대들이 2009년 등록금투쟁 이후 학생들이 많이 모인 집회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2002년 인터넷 매체를 통해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대학에서 정치는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대학에서 정치참여나 체험이 이들의 사회진출에 불이익을 주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싶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특정 정당에 가입한다든가, 이를 이력서 등에 기재할 경우 취업에서 배제된다거나 조직의 융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위험한 가능성이 높은 요주의 인물’처럼 간주된다고 한다. 이전 시기 학생운동 체험 자체가 사회진출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아니었던 데 비해, 이제 ‘정치에 대한 초보적 관심’조차 자기검열의 대상이 된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헌재에서는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가입 금지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낸 바 있고 심지어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원도 정당 가입을 금지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웹툰 <송곳>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아직도 노동조합 조합원을 ‘뿔난 도깨비’처럼  인식하는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한국처럼 세대를 넘어서, 모임에서 정치 이야기가 꽃을 피우는 나라에서 ‘왜 정치참여는 금기시될까?’ 미스테리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OECD의 ‘더 나은 삶 지수’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인의 정치참여율은 36개 전체 국가 가운데 12위이다. 그러나 정치참여에서 불평등지수는 매우 높은데, 이는 다시 말해서 가난할수록 정치참여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졸업 후 노동시장에 참여가 어려워지고 취업을 하더라도 노동조건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정치참여, 정치적 성향을 공공연히 드러내는 일 자체가 ‘두려운’ 현실이 ‘교착상태’를 만든 것이다. 청년들은 ‘한국을 떠나거나’ 혹은 ‘현재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혐오와 정치, 그 이후는

  그렇다면 대학생들이 모든 정치, 모든 사회적 문제를 사고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일까? 그렇진 않다고 본다. 다만 표출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싶다. 일각에서 페이스북을 “블루일베”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나는 취업 문제나 경쟁이 심하다고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사고 자체가 둔감해진다고 보진 않는다. 오히려 더 민감해지고 그 표현 방식이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이동한 것은 아닐까.


  최근 임금피크제 논의가 세대 간 갈등을 낳을 것이라는 추측 뿐 아니라, 이미 여성혐오, 386개새끼론 등은 언론에서 다뤘고 일부에선 청년세대 보수화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젠더, 지역, 인종, 종교, 정치적 성향 등 여러 차원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혐오라는 표현 방식으로 ‘익명’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이 ‘온라인정치’의 흐름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이른바 ‘충(蟲)’이란 특정 대상을 비하, 혐오, 부정하는 흐름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지만, 왜 그런지에 대한 생각도 멈출 수는 없다.


  나는 이런 흐름 자체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 선과 악, 진보와 보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도덕적 순결론, 앞 세대가 장악하고 있는 사회정치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견해를 공론장에서 자유롭게 표명하는 것은 어렵다. ‘혐오를 표현할 자유’를 표방한 일베가 대학생 정치의식 일반을 대표하지는 않지만, 2015년에 공존하고 있는 중요한 정치사회적 의사 표현 방식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역으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좋아요”나 “댓글” 클릭이 자신의 정치적 참여라는 ‘착시 현상’도 공존하고 있다. 물론 최근 ‘장학제도·수강제도 개선’, ‘평가항목별 성적공시 공개 의무화’, ‘영어강의제도 내실화’, ‘학생자치활동 억압용으로 쓰이는 학생준칙의 전면 폐기’, ‘일방적 학과 구조조정 반대’ 등 학습권과 학문 자율성에 대한 집단적 반대를 몇천 명이 모여 결의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커다란 흐름은 ‘전자’가 아닌가 싶다.


  불행하게도 아직까지 역사 속에서 ‘온라인’을 통해 정치나 사회가 극적으로 변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2002년 한국 대통령 선거도, 재스민 혁명도 온라인을 ‘매개로’한 오프라인의 직접행동을 통해 변화는 성취됐다. 과거 예비노동자였던 대학생은, 이제 ‘노동자’로부터 벗어나기 어려운 운명에 처해 있다. 그리고 대다수는 임금, 주거, 노동조건 그리고 연애를 포함한 인간관계에서도 강한 억울함과 불안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나는 차마 이들에게, “너희도 우리처럼 아버지 세대를 부정해보렴” 혹은 “타자나 소수자와 연대해라” 따위 꼰대 같은 훈계를 늘어놓고 싶지 않다. 다만 온라인에서 혐오를 표출하는 댓글을 남기거나 ‘좋아요’를 클릭하는 자신의 카타르시스가 남에게도 즐거운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보길 바란다. 혹은 혐오할 권리만큼 다름을 존중해야 할 필요는 없는지 때때로 생각해 보길 권하고 싶다. ‘다름을 인정한다면’ 혐오 지수가 좀 더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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