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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불의 자화상
[191호] 2015년 09월 21일 (월) 이 설 빈 시인

나의 발화는
나를 몰라라 어디선가
마른 꽃잎이 불씨를 튕기고
나의 검은 역사는 두 번 다시
나를 부정하라 어느 샌가
나를 벗은 무지의 혀끝은 나를 핥고
너로 물들어라 얼룩을 넓히며
얼룩지는 미지가 될 때까지
펄펄
 
내 들끓는 방향들의 꼭짓점에
너에 가까워진다 나는
너에 도달한다 나는
너에 미친다
나는 나침반의 피로한 경련이다

불안의 옆구리에 박힌
부러진 열쇠날 구릿빛 도시의 나날을
정오의 수형으로 자라나 닫히지도
열리지도 않는 생활의
환원의 닳아빠진 문턱과 입술들을 그러나
나는 우리를 넘치지 못한다
그러나

배꼽을 공유하는 것들
그림자 사슬로 엮인 것들
우리가 방향을 부여한 모든 것들로부터
가장 정지한 하나의 장소에서
너는 우리를 시도하라 태양 아래서
태양과의 새로운 관계를 맺는
치열이 고르지 않은 불들을
우리는 사랑하라

지도에 없는 파도처럼
지도를 바꾸는 파도처럼
우리는 너에게로 넘쳐라
두터운 수면을 뚫고
막 귀에서 빠져나온
더운 소금물처럼
목마른 잠꼬대처럼  
우리는 밝아져라

죽은 시곗바늘에서 산 시간이 튀어
번지는 너의 백지는 두 번 다시
너를 시작하라 나라는 활자를
액자를 타올라라
타넘어라 이제
너의 발화는
너를 발하라


<시인 소개>
1989년 서울 출생. 강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2014년 《문학과 사회》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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