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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전후 일본’과 이미지로서의 ‘전후’
쓰보이 히데토(坪井秀人), 후지키 히데아키(藤木秀明) 편, 이미지로서의 전후(イメージとしての戦後) , 青弓社, 2010.
[191호] 2015년 09월 21일 (월) 정 창 훈 문학평론가

   
 
  『이미지로서의 전후』는 표제 그대로 ‘전후’ 일본에 대해 말한다. 보다 자세히 말하자면 단순한 시대구분이라고 말할 수 없는, ‘전후’라는 그 밀도 있는 단어에 함축된 신화적 의미들을 탐구한다. 다만 ‘전후’ 문제에 대해 논해왔던 대개의 논저들이 상징천황제의 성립과 우익사상의 변천, 경제성장 및 버블경제 붕괴 등, 다소 무거운 주제와 맞부딪치고자 했다면, 이 책은 대중매체의 발달과 더불어 일상생활의 국면에서 공유되는 ‘전후’의 표상들을 문제화한다. 즉 대중매체에 비춰지고 소비됨으로써 ‘전전’·‘전중’과 동떨어진 것처럼 유통되는 ‘전후’의 이미지와, 그것이 만들어낸 이미지로서의 ‘전후일본’이라는 시공간에 대한 비판적 고찰, 그것이 바로 이 책의 기획취지라고 말할 수 있겠다.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이 책은 문학, 영화, 신문사진, 가요, 만화, 애니메이션, TV방송 프로그램 등의 자료에 대한 문화연구를 시행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2000년대 일본의 문화연구가 소비사회와 대중매체의 발달에 따른 ‘오타쿠 현상(서브컬쳐에 대한 광적인 몰입)’을 해석하는데 치중해왔다면, 이 책의 문제의식은 그것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 책의 편저자인 쓰보이 히데토 교수는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와 인터넷 게시판의 모바일화를 통해, 단편화된 정치 키워드, 캐치프레이즈 등이 보다 쉽게 확산되고 있다. 이것들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라기보다, 비판적 사고과정의 개입을 차단하는 이미지의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수용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이미지로서의 전후』의 문제의식은 5년이 지난 지금에도 되새겨 볼만하다”고 필자에게 직접 전언하였다. 이와 같이 ‘전후’의 이미지는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전수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그것은 오타쿠들의 광적인 몰입을 유도하는 콘텐츠의 일종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실질과는 무관하게 공허한 상징들을 확산·공유시키고 자연화하는 문화의 형식적 차원을 지칭한다. 따라서 각 저자가 실행한 연구대상에 대한 내용분석, 문화사적 가치부여에 집중하기보다, 위와 같은 전체의 기획의도를 명확히 파악하고 각 장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최근 한일관계사에 대한 ‘객관적인’ 내용분석을 토대로 양국의 ‘화해’를 매개하고자 하는 박유하 교수의 연구가 매스컴의 집중을 받은 바가 있었다. 필자 또한 그러한 연구 취지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엄밀하게 중립적으로 서술되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이미지 차원에서 수용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화해’라는 취지는 이미 안중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그들은 오로지 ‘화해’ 이전에 처리되어야할 ‘빼앗긴 역사’를 각인하는 기회만을 취할 뿐이다. 이처럼 ‘화해’를 말하면 말할수록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대중매체 담론의 형식적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한일 양국의 ‘화해’나 ‘전후’ 처리 문제 등을 논한다면, 그것은 결국 각국의 내셔널리즘을 강화시키는 역기능만을 초래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광복’ 70주년, 일본으로서는 ‘종전’ 70주년이 되는 오늘날, 『이미지로서의 전후』를 일독함으로써 그러한 함정으로부터의 돌파구를 스스로 궁리해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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