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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죽은 무의식을 위한 파반느
프레드릭 제임슨, 이경덕·서강목 역, 『정치적 무의식』, 민음사, 2015.
[191호] 2015년 09월 21일 (월) 이 한 나 편집위원
   
 
   “최근 작가들은 서사와 자기 인생을 투영한 세계관이 모자라 작품에 철학이 빠져 있다”라는 한 원로 작가의 발언은 문학, 나아가 작가 개인의 ‘자기 철학’의 유효성에 관해 고심하도록 만들었다. 문학은 작가가 살아가면서 경험한, 잘 갈무리한 자신만의 가치관을 오롯이 담아내 “돌아보는 시선”을 제시하는 예술인가, 혹은 그렇지 않은가. 프레드릭 제임슨은 그의 저서 『정치적 무의식』에서 393페이지에 걸쳐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정치적 무의식』에서 작가는 현실을 취급 가능한 기록물로 손쉽게 환원시키기보다 오히려 현실의 모순을 건드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존재로 나타난다. 사회의 모순에 대한 나름의 해결책을 문학 텍스트 안에서 (무의식적으로)제시하고 새로운 유형의 집단성·계급성이 형성되게끔 하며 그의 영향을 받아 사회는 계속해서 바뀌어 나간다.
   “문화재들이란 그것을 생산한 위대한 창조자들의 노고뿐 아니라, 그 동시대인들의 이름 모를 강요된 노동에 힘입어 존재하게 된 것이다. 문명의 기록치고 동시에 야만의 기록이 아니었던 것이 없다.”는 「역사 철학 테제」 안에서의 벤야민의 발언을 제임슨은 결론의 첫 부분에 인용한다. 그리고 이 명제를 서슴없이 뒤집어 모든 계급의식, 즉 이데올로기적인 것은 집단의 통일성인 연대의식을 표현하는 한 필연적으로 유토피아적이기도 하다는 명제를 논증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
   이로써 문학텍스트를 통한 정치적 사유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닌 집단·계급적 차원까지 나아가 현실의 모순을 타파하는 상상(력)으로 이어져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문학텍스트 속 모순은 모순 그 자체로 의의를 갖게 된다.
   제임슨의 설명에 따르면, “욕망과 주체의 탈중심화와 일종의 열린 역사가 여전히 함께 결합되고 있”으며 작가는 스스로 의심의 여지없이 그 역설, 모순을 끝까지 밀고나가는 에너지로 그것을 가능하게 할 이데올로기적 전제 조건들까지 텍스트 안에서 (무의식적으로)동시에 확보해 놓는다. 그러나 책이 처음 출간된 1981년으로부터 30년 이상의 시간이 흐른 지금, 다시 말해 시뮬라크르가 실재를 대신하고, 의식의 파편화라는 말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는 지금, 작가가 과연 그와 같은 존재인지, 그리고 사회 모순과 대결하는 무의식이 정말로 존재하는지는 의문스럽다.
   필사적인 무의식적 반응을 해야만 하는, 작품 속에 새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야만 하는 작가들, 나아가 예비 작가들에게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 위해선 그러므로 작가 개인의 무책임함(이를테면 자기 철학의 부재)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째서 정치적 무의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형국이 되었는지에 관한 고찰 말이다. 이에 관한 명확한 답변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경쾌한 살타렐로서 즐거움을 선사했을지도 몰랐던 이 책은, 출간을 30여년 미루는 동안 무의식조차 무의식이 아니게 되어버린 지금 여기, 2015년 한국 문단에 바치는 서글픈 곡조의 파반느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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