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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1명 만해광장에 모여 11년 만에 학생총회 성사
‘총장·이사장 퇴진·종단 개입 반대’ 찬성 1799명 반대 1명 … ‘학문 자율성·학습권 보장’ 요구
[191호] 2015년 09월 21일 (월) 임 세 화 편집위원

 
   
 

총장·이사장 사퇴 안건표결에서 찬성이 적힌 카드 의결표를 들고 있는 학생들의 물결.

 
 
  대학 측의 일방적인 학사 운영과 구조조정, 총장·이사장 선출 강행에 분노한 학생들이 11년만의 학생총회를 성사시켰다. 9월 17일 만해광장에서 개최된 이번 학생총회는 재학생 7분의 1 이상(1788명)이 참석해야 한다는 총회 성사 정족수를 훌쩍 뛰어넘어 2,031명이라는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학생총회는 학과 구조조정과 통폐합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2012년에도 개최되었으나 의결 정족수 미달로 성사에 실패한 바 있다. 이번 총회에 상정된 안건들은 학내 민주화 보장과 학문의 자율성 수호를 위한 것들이었으며, 총학생회칙 개정안을 제외한 모든 안건이 수정 없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되었다.

   총장·이사장 사퇴 요구안 가결
   찬성 1799명, 반대 1명
   “종단 개입 반대와 총장·이사장 퇴진” 안건에 1799명의 학생들이 찬성하고, 1명의 학생이 반대(재석 1800명)했다. 이로써 총장과 이사장 사퇴, 조계종의 총장 선거 개입 사태를 진상 조사할 것과 책임자 처벌,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 학생 참여 확대 후 총장 선거 재실시, 이사회 구성 인사 변경 등의 세부내용이 포함된 의제가 가결되었다.
   이날 최광백 학부 총학생회장은 현재의 총장 사태를 일으킨 원인으로 조계종단의 개입, 이사회의 부도덕한 인사 선임 등을 거론하며 학생들에게 사태의 본질을 알렸다. 또한 총장 선임 후 학교 측이 “총학생회가 총장을 인정하지 않으면 총학생회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며 예산 집행을 좌지우지하려 했던 행위, 교비 지원을 삭감하고 지급을 차일피일 미루는 등 “졸렬한 행보”로 대동제가 무산될 뻔했던 일 등을 언급하며, “돈으로 학생회의 활동을 옭아매려고” 하는 태도는 결코 학교의 발전과 학생들을 위한 길이 아님을 강조했다.
   종단의 총장 선거 개입 논란과 총장·이사장의 자질 문제는 지난 12월 불거진 이후 현재까지 학내구성원들의 동의와 합의를 얻어내지 못한 채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총장인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문제와 이사장인 일면스님의 문화재 절도 의혹, 일부 이사진들의 법적·도덕적 위반과 일탈 행위를 둘러싸고 대두된 임원진의 자질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문과 지성의 공동체인 대학에서 자행된 논문 표절이 3년의 징계 시효가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서 기각된 이후인 현재까지도 학내에서는 논문 표절을 풍자한 패러디와 ‘표절 3년 만료’를 비꼬는 유머가 횡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총장·이사장 사퇴 요구안은 사실상 이번 총회를 성사시킨 가장 주요한 안건이었던 만큼, 표결 결과가 선포되는 순간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하는 등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난 12월 이후 학생들은 총장 선출 문제를 둘러싸고 대토론회, 3000배, 삭발, 고공농성, 릴레이 시위, 도보순례 등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고, 지난 6월 4일에는 500여 명의 학생들이 팔정도에 모여 성토대회를 개최했던 바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총회를 계획하고 성사시킨 것이다. 최광백 총학생회장은 “학생총회는 총학생회칙 상의 최고 의결 기구이다. 종단의 개입으로 동국의 민주화가 짓밟히고 마땅히 누릴 학습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총회를 개최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학문 자율성과 학습권 보장 요구
   ‘장학제도·수강제도 개선’, ‘평가항목별 성적공시 공개 의무화’, ‘영어강의제도 내실화’, ‘바이오시스템대학 이전 사태 후속 조치’, ‘학생자치활동 억압용으로 쓰이는 학생준칙의 전면 폐기’, ‘일방적 학과 구조조정 반대’ 등 학습권과 학문 자율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의제들이 높은 찬성률로 통과되었다.
   취업률 제고 방침과 편의적인 행정 마인드 하에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조정해 온 학사행정 시스템과 열악한 학습 환경 등에 대해 총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의 여론 수렴 과정과 동의를 거치지 않고 시장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되어 온 현재의 학사 시스템과 대학 운영에 대한 불만과 갈등이 폭발한 것이다.
   일산에 위치한 바이오시스템대학 재학생들은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산에서 단체로 버스를 타고 만해광장에 도착해 자신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렸다. 박영균(바이오환경과학과 12) 학생은 “일산캠퍼스로 이전할 당시 학교가 했던 약속들이 3년째 지켜지고 있지 않다. 서울캠퍼스와 기숙사비는 같은데 식당을 제외하면 아무런 편의시설과 복지시설도 없다.”며 학습·복지 환경을 시급히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
   학과 구조조정과 통폐합 문제와 관련하여 이재민(사회학과 13) 학생은 “취업률과 지표가 낮다는 기업 논리 때문에 사회학과는 늘 구조조정 1순위 대상이 된다. 우리학교가 올해 대학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1년은 더 버틸 수 있겠구나 안도했다. 나는 사회학과에 공부를 하러 들어왔다. 그냥 사회학이 좋고 사회학이 배우고 싶어 대학에 들어왔는데, 내가 다니는 학교는 그 공부마저 못하게 하려고 한다. 구조조정은 어느 한 학과만의 일이 아니다. 모두가 자신들의 학문을 지킬 수 있도록 여기 있는 1,700명 힘을 모아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학생들의 가슴을 울렸다.

   총회 성사 정족수 1/10 완화 안견 통과
   총회 의결과 탄핵의 정족수 기준 완화와 피선거인 학기수 제한 완화 내용이 포함된 총학생회칙 개정안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총회 개회 성원인 회원 1/7 이상 정족수를 1/10로 낮추자는 의제에 대한 찬반 대립이 팽팽했다.
   총회 정족수는 총회가 학생사회의 의견을 대표하고 있다는 명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족수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타 대학의 정족수 조정사례를 거론하며 외국인 유학생과 교환학생까지 모두 포함하는 전체 성원 집계 방식은 총회 성사를 불가능에 가깝게 만드는 조건들이기 때문에 성사 인원을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했다. 두 개의 안건을 찬반 표결에 부친 결과 1063명이 1/10 정족수, 728명이 1/7 정족수에 손을 들었고, 1/10 정족수 안건이 다수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더불어 피선거권자의 재학학기 기준이 낮춰졌고, 대표자직의 징계에 관한 구체적 조항이 추가되었다.

   “오늘은 동국대 혁명 기념일”
   최광백 학부 총학생회장은 “분신과 투신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라고 외치며 총회의 막을 열었다. 학생사회의 패퇴가 공공연한 비밀처럼 논의되는 2015년 대한민국에서 2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는 사실은 분명 고무적이다.
   최장훈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동국대 혁명 기념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총회 성사의 의의를 밝혔다. ‘미래를 여는 동국 공동 추진위원회’는 “학생들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고 보광스님과 일면스님은 퇴진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1년만의 학생총회 성사와 총회에서 가결된 안건 등으로 인해 총장·이사장을 비롯한 학교 운영진의 향후 행방과 교육부의 감사 실시 여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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