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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자칭 ‘루저’들의 문화 소비법
병맛코드·B급 감성으로 명명되는 청년(잉여)론
[190호] 2015년 06월 01일 (월) 금정연 서평가
   
  △ <초인시대>(tvN)는 연애와 취업 등에서 고전하고 있는 청년 ‘루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판타지 드라마이다. 세 남자는 초능력을 얻어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 되지만, 현실은 하숙집에서 내쫓기고 아르바이트에 시달리는 비루한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트위터를 하는 사람과 페이스북을 하는 사람. 물론 일반론이다. 개냐 고양이냐, 물냉이냐 비냉이냐, 메이웨더냐 파퀴아오냐, 건축이냐 혁명이냐 같은 수많은 이분법 중 하나일 뿐이다. 굳이 따지자면 나는 개-물냉-파퀴아오-혁명-트위터 쪽의 사람이다. 트위터에는 2010년 4월에 가입했다.
   트위터에서 나는 노래를 부른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입으로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으로는 가사를 타이핑한다. 루저 외톨이 센 척하는 겁쟁이 못된 양아치… 그러면 누군가 내게 멘션을 보낸다. 루저 외톨이 상처뿐인 머저리 더러운 쓰레기… 타임라인의 돌림병, 아니 돌림노래. 주로 멘션을 보내는 건 소설가 이상우인데, 세 명만 더 있으면 파트를 나눠서 전곡을 부를 수도 있다. 꼭 그렇게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루저’를 처음 들었을 때 조금 놀랐다. 빅뱅이 이 노래를 이제야 발표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1992년, 라디오헤드가 <Creep>을 발표했을 때부터 두 노래를 같이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벗 암 어 크립 벗 암 어 위어도… 상처뿐인 머저리 더러운 쓰레기… 어쩐지 지난 23년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치는 기분이다.
루저, 아웃사이더, 쓰레기, 잉여, 기타 등등. 뭐라고 부르건 그런 사람들은 있었다. 하위문화, 대항문화, 청년문화, 인디문화, B급 문화… 뭐라고 부르건 그런 문화들도 있었다. 각각의 단어들이 가리키는 의미의 차이를 무시한 채 도매금으로 묶어도 되는 건지는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그렇게 했다). 분명한 건 그것들 모두 주류는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문화를 접하기 위해서는 발품을 팔아야 했다.
   이제는 아니다. <잉투기> 같은 영화나 <초인시대> 같은 TV 드라마에서, 웹툰을 비롯한 각종 인터넷 컨텐츠에서, 노라조나 ‘월세 유세윤’처럼 대놓고 B급을 표방하는 노래뿐 아니라 데뷔 10년 차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서까지 어렵지 않게 그런 감성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비주류는 새로운 주류가 되어가고 있는 걸까? 노동계급의 절망과 분노를 노래하며 세계적인 록스타가 된 영국과 미국의 수많은 가수들처럼?
   몇 가지 가설을 세울 수 있다. ①부패한 주류 문화에 대한 일종의 풍자로 기능하며 호응을 얻었다. ②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확산된 하위문화의 코드(이를테면 ‘병맛’)를 대중문화에서 저항성은 거세한 채 상업적으로 전유했다. ③하위문화의 세례를 받으며 청소년기를 보낸 문화 생산자들이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④다양한 매체와 세분화된 취향 속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구분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⑤승자독식사회에서 누구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자신을 비주류라고 생각하며 공감한다.
   내 생각을 말하자면, 전부 맞다. 다만 질문에 따라 더 적절한 답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나는 제대로 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이 글에서는 그냥 ⑤를 지지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 글을 위해 나는 벌써부터 아래와 같은 인용을 준비해두었기 때문이다.
   7년 만에 KBS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빅뱅의 리더 권지용은 ‘루저’ 가사가 본인들의 경험담이냐는 유재석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아무래도 저희가 사람들에게 비춰질 때는 나이에 비해 성공한 친구들로 보이잖아요. 그런데 저희도 사람인지라 저희가 느끼는 감정들은 같잖아요. 예를 들어 저희가 도쿄돔에서 공연을 하면 하루에 약 6만 명 정도의 팬분들을 만나요. 그런데 끝나면, 그렇게 많은 분들을 만났는데 결국 호텔 방에 각자 들어가서 씻고 자잖아요. 거기서 오는 이상한 공허함이 있더라고요. 끝나고 좋은데 가서 파티도 하고 화려하게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상대성의 지옥 속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루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런 문화를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소비하는 건 당연하다. 내가 트위터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페이스북을 일별하며 상대적인 박탈감에 흠뻑 젖은 뒤 차마 그곳엔 쓰지 못할 말을 트위터에 쏟아내는 것이다. 이런 노래로. 왓 더 헬 앰 아 두잉 히어… 그럼 나와 같은 지옥을 헤매는 누군가가 멘션을 다는 것이다. 아 돈 빌롱 히어…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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