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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계몽이라는 종교적 경험
Margaret C. Jacob, Living the Enlightenment: Freemasonry and Politics in Enlightenment-Century Europe, Oxford Univ, 1991.
[190호] 2015년 06월 01일 (월) 윤 재 민 문학평론가
   
   위르겐 하버마스는 유럽의 현대성이 처절하게 실패한 중심(독일)에서, 현대성이 선사한 정신의 정수인 합리적 이성과 계몽을 구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현대적 개인들 간의 대화적 관계를 중심으로 현대사회의 기원을 말한다. 문제는 하버마스가 합리적 이성을 갖춘 현대적 개인의 기원을 남성 부르주아로 상정한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자면, 유럽의 18세기 계몽시대가 선사한 합리적 이성사회는 부르주아적 공·사 관념과 이해에 기반하여 성립된 것이다. 원활한 상업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통된 규약의 규범은 공론장(public sphere)에서의 합리적인 대화적 관계에 입각한 현대사회의 초석이며 부르주아의 가정은 그것을 벌충하는 사적영역(private sphere)을 구성한다. 월러스틴을 비롯한 유럽의 세계체제 이론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유럽에서 무역상인(merchant)이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집단의 연장선상인 부르주아는 현대사회를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로 재편한 혁혁한 공로자임에 분명하다. 그들이 공·사적 영역에서 이룩한 정신적 산물은 그들의 존재조건인 상업활동의 규약과 함께 전지구적으로 퍼져나갔다. 현대성을 사유하는데 있어서 부르주아의 계보를 총체적으로 추적하는 일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현대성의 정수를 재평가하는 것과 그것의 부르주아적 기원을 추적하는 일은 구분돼야 한다.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난감한 상황이 펼쳐진다. 세계는 부르주아 백인 남성을 주류로 발전했으며, 여성과 그 외 인종과 계급은 그것을 벌충하는 비주류적 계몽의 대상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마가렛 제이콥은 부르주아 남성들의 허세 가득한 카페와 겉만 번지르르한 응접실로부터 18세기 유럽의 계몽시대를 구원한다. 그는 하버마스의 공론장이론과 그것의 궁극적인 지향을 지적으로 첨예하게 계승함과 동시에 그것을 부르주아 남성중심 이론에서 탈각시키는 어려운 작업을 성공시킨다. 그 중심에는 프리메이슨의 근거지 롯지(lodge)가 있다. 오늘날 『다 빈치 코드』나 『장미의 이름』에서처럼 흥미롭고 음험한 음모론의 근거지 정도로 소비되고 마는 프리메이슨과 그들의 롯지는 18세기 초 계몽시대에 출현한 불순하고 위험한 사상들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 18세기 초 석공조합의 구속을 받지 않고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는 영국의 자유석공(freemasonry) 모임에서 출발한 프리메이슨은 기성의 권위에 의탁하지 않고 영국에서 출발하여 프랑스, 네덜란드까지 퍼져나갔다. 그 힘은 프리메이슨의 근거지이자 공론장인 롯지를 설립하는 방식에 있었다. 롯지를 세우는 방식은 기독교의 교황청이나 왕정체제와는 달리, 지역의 프리메이슨 회원이 근방 롯지 일원들에게 허락을 받기만하면 되었다. 중앙조직의 허락이 필요없이 설립되는 롯지의 특성은 롯지를 계몽사상의 요람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사상과 자유로운 말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롯지로 모여들었다. 계급과 젠더의 위계는 적어도 초기 롯지에선 희미했다. 롯지에 모인 이들은 잠시나마 평등한 개인이 되어 뉴턴을 논하고, 자신의 불평불만을 담은 시를 읊었으며, 남성중심 세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롯지는 계몽시대를 있게한 사상을 평등의 맥락에서 전파한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탄압되었으며, 롯지에 내걸린 프리메이슨의 징표는 불경한(profane) 상징으로 비밀리에 공유된다. 새로운 시대의 전환기에 나타난 프리메이슨 롯지에서의 계몽이라는 경험은 기독교 체제에서 불경한 종교적 경험(religious experience)이 된다. 새로운 시대를 가능하게 한 사상의 보편성은 카페에서 되뇌는 부르주아 남성들의 안락한 합리성 운운이 아니라, 스스로 평등을 자처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개인들의 불순함을 무릅쓰는 계몽에서부터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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