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9.27 금 20:33
인기검색어 : 등록금 인상, 총장선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학술 서평 > 서평
     
[신간서평]“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
롤랑 바르트, 변광욱 옮김,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 민음사, 2015.
[190호] 2015년 06월 01일 (월) 임세화 편집위원
   
   사랑하는(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속수무책의 이별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 존재인지를, 이별이란 것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결정적인 주름’을 만들어놓는지를. 롤랑 바르트는 “나의 삶은 애도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다. 바르트에 따르면 그것은 마치 ‘모두 함께 현재의 날씨를 관찰하는 것’과도 같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날씨에 대해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데에서 오는 고통, 첫눈을 보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고 자기만을 위해 그것을 간직할 수밖에 없는 고통. 주지하듯이 바르트는 자신의 일부라고 여겼던 어머니의 죽음 이후 글쓰기라는 행위로 사랑했던 그녀를 애도하며 삶을 영위해나갔다.(롤랑 바르트, 『애도일기』) 바르트는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은 우리가 알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정당하게 평가해주는 것”이며 “그들을 위해 증언해주는 것이자 그들을 불멸화하는 것”이라고.
   『롤랑 바르트, 마지막 강의』는 바르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1978년부터 1980년까지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했던 강의와 세미나의 녹취록이 담긴 책이다. <소설의 준비>라는 제목 아래 진행된 강의에는 글쓰기의 욕망과 문학의 가능성, 언어에 대한 바르트의 사유들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바르트는 ‘소설’을 ‘환상화된 형식’이라고 언급하며 “우리가 소설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수정할 것을 요청한다. 그것은 루카치 이래로 논의되어 왔던 부르주아 신화 속에서 봉사하는 방식으로 코드화된 ‘문명의 운명으로서의 소설’이라는 환상에 마비되지 않고, 더 이상 역사적·문학적으로 기념비적인 범주에 들어갈 의향이 없는 ‘소설’이다. 즉 바르트는 질서와 규범, 법이 무화된 상태에서의 문학의 주이상스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68혁명 이후 공유되었던 체계와 질서에 대한 저항에 기반한 정치적인 비전이나 급진적 혁명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대문자 문학’의 죽음 이후 인간의 삶의 지평 위에서 탐구되는 “불가능한 소설”에 대한 강조에 가깝다.
   명백히 바르트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문학의 죽음”이 우리의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이 환영을 정면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바르트가 거론하는 방편은 현재에 대한 단편적 메모 같은 것들이고, 더구나 일본의 하이쿠를 그 모범적 형식으로 제시한다. 이와 같은 예시를 통해 바르트가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서구적 성찰, 서구적 글쓰기 실천으로 보증되어 있는, ‘문학적’이라고 공인된 모든 에크리튀르의 장치들을 삭제해버린 새로운 글쓰기의 지평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르트가 사랑하는 사람의 이별(죽음) 이후 선택하게 된 그 자신의 “마지막 삶”, “또는 새로운 삶”을 열어주는 가능성이기도 하다.
   바르트에 따르면 글쓰기는 ‘삶의 중간’에 발생한 동요에 ‘새로운 삶’(de Vita Nova―바르트가 집필하던 소설의 제목)의 형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글쓰기의 발견 말고는 다른 새로운 삶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1980년 2월 바르트는 <소설의 준비> 강의를 마치고 나가다가 세탁소 트럭에 치어 비통한 죽음을 맞이했다. 바르트의 타자기에는 그가 집필 중이던 연구의 원고 한 장이 끼어 있었고, 그 제목은 “인간은 항상 자기가 사랑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데 실패한다……”였다.
   바르트는 블랑쇼를 인용하며 한 인간의 삶에서 모든 것이 완성되는 결정적 순간에 대해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글을 쓰는 것, 예고 없이 절대가 되는 진실과 욕망과 상상계의 다채로운 허위가 혼합되는 도착적 거짓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 결국 거짓말하기에 이르는 것을 받아들이는 그것이 어쩌면 소설에 이르는 길일 것이라고. 그리고 어쩌면 사물의 본질은 그것이 사라질 때만 나타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김대욱 | 편집장 : 김태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우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