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1.12 화 15:32
인기검색어 : 등록금 인상, ,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사회 > 사회기획
     
[이 사회를 말하다]벌거벗은 임금님을 폭로하는 ‘잔혹한’ 아이
[190호] 2015년 06월 01일 (월) 함 돈 균 문학평론가·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연구교수
   

   문학연구자이자 비평가로서 내가 동의하지 않는 표현 중에 ‘청소년 문학’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떤 방향이든 간에 이런 범주로 문학적 카테고리를 설정하고 나면, 이 범주에 속한 문학에서 ‘청소년’은 ‘미성년’, 즉 아직 성인이 되지 못했으나 언젠가는 ‘성인’이 될 아이들이 되고, ‘청소년 문학’은 이들의 ‘성장’ 서사로 규정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성인’을 하나의 정상적이고 완성된 범주로 보고, 그 관점에서 ‘청소년’은 그 완성태로 가는, 그러니까 아직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존재로 규정된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성숙과 미발달이라는 건 결국 (아직은) ‘비정상’이라는 얘기 아닌가.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또 무엇인가. ‘미성숙’과 ‘성숙’을 가르는 기준은 나이인가. 어른이 되면 인간은 완성되는 것인가. ‘어른처럼’ 살면 성숙한 것인가. 어른의 관습과 가치관을 잘 내면화 하면 성장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월트디즈니에 의해 각색되지 않은 ‘진짜’ 안데르센의 괴상한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어른들의) 상식으로 꿰어지지 않고 그 세계의 논리로 의미화 되지 않는 그림형제의 저 서늘하고 그로테스크한 이야기들은 무엇인가. 그것은 집을 잃고 가족으로의 귀환을 꿈꾸다가 실패하는 미성숙한 아이들의 기괴한 판타지나 실패한 성장 서사, 좀 유별난 모험담에 불과한 것인가.
   난 저 얘기들을 그냥 좋은 ‘문학’이라고 이해한다. 이 얘기들에는 ‘아이는 착하다’거나, ‘착한 아이’는 성공하고 ‘나쁜 아이’는 벌 받는다는 권선징악, ‘정상적인’ 어른으로 커서 사회에 잘 적응한다는 이른바 ‘성장’ 서사 같은 게 실은 별로 없다. 그런데 사실 난 그것 때문에 이 얘기들이 ‘좋은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문학’은 주어지고 익숙한 정상성의 개념을 수락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정상성의 개념을 질문하거나 배반하거나 좌절시키거나 넘어서기 때문이다. 그 개념이 충족되기를 원하는 것은 ‘정상성’과 ‘성숙’의 관점을 의심하지 않고 ‘잘’ 살아가는 일상인, ‘어른’들이다. 문학은 정상성을 자처하는 자리에서 비정상성을 단죄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비정상이라고 여겨지는 자리에서 자처된 정상성의 비정상성을 오히려 되묻는다. ‘아이’는 문학에서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하는 자리에 선 주인공이다. 문학의 관점에서 아이는 ‘미성년’이 아니라 ‘성년(성숙)’의 개념이 포괄하지 못하는 자리에서 그 개념을 되묻는 ‘비성년’ 주체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한 초등학생이 발간한 시집에 실린 시 한 편이 잔혹동화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렸다. 그 학생은 이미 엄마의 도움을 받아 몇 차례의 시집을 냈고, 이번 시집에도 58편의 시를 실었으나, ‘세상(이라는 이름의 ‘어른’)’이 관심을 갖는 것은 오직 그 시 한 편뿐이었다. 이러한 관심은 세상의 선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전체와 맥락 안에서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렇게 ‘보고 싶은’ 욕망에 따라 그것만 보인다. 세상이 즉각적으로 나타낸 반응은 아이의 언어폭력 수준에 대한 우려, ‘비정상적’ 정신·정서 상태에 대한 우려로 모아졌다. 어른들은 즉각적으로 아이를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시집은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신속하게 폐기되었다. 어른들은 이 아이가 어떤 시를 써 왔고, 그 시집에 어떤 수준의 시가 쓰여 있는지 애초에 관심이 없으며, 이 시가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정상적’ 사회라고 한다면 ‘학원 가기 싫어 엄마를 죽이고 싶다’는 이 공격적 에너지의 근본 원인이 된 어른들 사회의 ‘정상성’을 먼저 또는 최소한 같이 물었어야 옳은 게 아닌가. 비정상적 사회가 비정상이라고 비정상적인 목소리로 비명 지르는 아이가 비정상인가, 아니면 그 비명을 방치하며 오히려 그 비명을 ‘왕따’시키는 어른 사회가 비정상인가. 아이의 동시가 잔혹한가, 이에 대한 어른들의 반응과 대응이 잔혹한가.
   아이를 우려한다는 명분으로 어른들의 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아이의 시를 사회로부터 거세했으나, 이 비판적 반응의 진짜 무의식은 자신들이(우리가) 유지하고 있는 세계의 공공연한 비밀을 아이가 직설적으로 폭로한 것에 대한 불쾌감과 불안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시가 정말 ‘잔혹동시’라고 한다면, 이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는 사실을 마치 ‘모르는 척’ 수락하며(‘공모’) 사는 어른들 나라에서, ‘왕이 벌거벗었다’고 소리지름으로써 그 나라 규칙의 ‘비정상성’을 폭로한 그 유명한 이야기 속 그 아이의 ‘잔혹성’을 닮았다는 차원에서가 아닐까. 그렇다면 이 ‘시’는 최소한 스캔들의 차원에서라도(에서조차) 이미 ‘문학적’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김대욱 | 편집장 : 김태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우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