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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세월호 1주기, 한국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190호] 2015년 06월 01일 (월) 박 찬 표 목포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

 

   
△ 장 피에르 루이 로렌트 휴엘, <시민들에게 공격받는 바스티유 감옥>, 1789년 作.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이다. 2015년 1분기 선박 수주량 세계 1위였으며, 하이테크 선박기술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하지만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여객선은 일본에서 퇴출된 노후선박을 수입하고 재사용하고 있다. 세계 최고기술의 선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가 내수 여객용으로는 이웃 국가에서 폐기하는 노후선박을 도입하여 재사용하고 있는 이 역설적 상황은 세월호 참사를 낳은 첫 번째 배경이 되었다. 더 참담한 것은, 수입 선박마저 제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무리한 증축이 가해졌고, 증축의 조건으로 부과된 안전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다. 해운사 이윤 극대화를 위해 안전 관련 규제 장치는 해제되었고, 비용 절감을 위해 선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충원되었다. 여기에 고등학교 수학여행이 해운업 불경기 극복용으로 동원되었다. 
   결국 세월호 참사를 초래한 이러한 요인들은, 우리가 자랑하고 있는 경제적 성취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인지 되묻게 만든다. 현재의 한국사회를 만든 것은, 성장을 사회의 최우선 가치로 삼은 발전국가의 논리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국가 목표로 하는 신자유주의 국가 논리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물은, 국민의 실제 삶과 괴리된 재벌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발전이다. 그 속에서 희생되는 국민의 안전과 양극화된 사회의 피폐함을 세월호 참사는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국가의 존재이유를 묻는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무렵 ‘치안 한류’ 뉴스가 전해졌다. 한국 경찰의 뛰어난 치안능력 특히 시위진압 기술과 장비 등을 외국에 수출한다는 내용이었다. 경찰의 이런 능력은 세월호 시위현장에서 아낌없이 과시되었다. 물대포와 최루액을 유가족에게까지 살포하면서 시민들로부터 청와대를 완벽하게 지켜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1년 전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한국의 치안당국은 완벽하게 무능력하였다. 단 한 명의 승객도 구조하지 못한 것이다. 정권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는 완벽한 능력을 과시한 경찰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에는 완벽하게 무기력했던 이 역설은 세월호 참사를 만든 두 번째 요인이 된다. 더욱 두려운 것은 그러한 무능력이 해경 123정 승무원 차원이 아닌 보다 구조적 문제에서 연유했다는 사실이다. 수난구조법에 따라 재난구조 업무가 민영화되면서 구조관련 예산이 삭감되었고, 123정 승무원들 역시 인명구조에 필요한 선체 진입 훈련을 전혀 받지 못했던 것이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확인된 이러한 문제점들은 정부와 공권력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를 사회계약론을 통해 제시한 홉스는 국가의 존재이유를 개인의 생명보호와 안전보장에서 찾았다. 그렇다면, 국가공권력이 국민의 안전 보다 정권 안보를 우선적 가치로 추구하고, 나아가 인명구조라는 국가의 기본 영역까지 자본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환시킨 지금의 한국 국가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며, 권력에 대한 시민복종의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적 징후  
   세월호 참사가 우리사회에 던진 의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었다. 어떠한 사회적 의제보다 높은 국민적 합의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의제였다. 이를 통해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인적 책임은 물론 제도적·구조적 문제점을 진단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는 성찰적 과정으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태는 그렇게 전개되지 않았다. 세월호 이슈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적대적인 이념갈등의 영역으로 비화되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행정부의 총체적 무능과 청와대의 통치능력 부재를 비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반응하기 보다는, 이들을 ‘순수 유가족’과 ‘외부세력’으로 나누어 진압하고자 했다. 여권 강경파는 시위참여자들에게 ‘종북세력’ 딱지를 붙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결국 국민통합의 책임을 진 정부와 정권이, 세월호 이슈를 둘러싼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고 부추기는 또 하나의 역설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세월호 책임을 둘러싼 청와대의 경직된 자세와 이념적 편 가르기, 이에 호응하는 시민사회의 양극화의 배경에는 국민통합에 실패한 ‘민주화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심각한 문제점이 자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흔히 절차적 수준에서 정의되곤 하는데, 그 최소한은 공정한 선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민주화 이론은 선거를 통한 정권교체가 거듭될수록 민주주의가 공고화될 것을 예견한다. 여야 경험을 번갈아 하게 됨으로써 상대에 대한 관용은 물론 기본적 가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증진된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은 그러한가? 우리의 경우 선거를 통한 권력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서 권력 경쟁은 더욱 극단화되는 듯하다. 급기야 지난 대선에서는 국가기구에 의한 선거개입 사태가 야기되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국정원과 군 기무사라는 국가안보기구에 의해 이루어졌고, 그 명분이 ‘종북세력 대응’이었다는 점이다. 내부의 정치적 경쟁상대를 외부의 적과 연계시키는 논리이기에 결국 이들을 국민공동체의 범주에서 배제하려는 극히 위험한 분열의 논리가 아닐 수 없다. 세월호 이슈에 대한 정부 당국의 대응이 바로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 있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목적이 좋은 인물은 권력 장악의 기술이 부족한 반면 권력 장악의 술수가 뛰어난 이는 권력을 통해 행하려는 올바른 목표가 없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비애감을 토론한 바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요구까지 이념적 분열의 논리를 적용시켜 진압하려는 정권에 대해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한국이라는 정치공동체 내에서 권력을 통해 추구하려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국가의 공공성 회복과 시민사회의 강화
   결국 세월호 참사는 무엇보다 국가의 공공성 회복이 절실함을 가르쳐준다. 정권 안보보다 국민안전을, 자본의 이윤보다 시민 생명을, 기업하기 좋은 나라보다 일하기 좋은 나라를 국가의 목표로 삼는, 국가의 공공성 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요구되는 것이 시민사회의 강화이다. 세월호 참사의 현장에서 우리는 기업권력과 국가권력 앞에 홀로 선 무력한 개인들을 발견하게 된다. 만일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이 노조로 조직되어 있었더라면 자신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위험한 근무조건의 개선을 요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승객의 안전이라는 공적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시민사회의 결사체 강화가 사적 이익을 넘어 공공성 강화로 이어지는 이런 효과는 항공, 해운, 철도, 버스 등 시민안전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와 시민사회 두 영역 모두에서 민주주의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함을 세월호 참사는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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