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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가능한 회상, 불가능한 망각
『금요일엔 돌아오렴-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창비, 2015.
[189호] 2015년 03월 23일 (월) 이한나 편집위원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금요일엔 돌아오렴-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창비, 2015.
   

   콜롬비아의 대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그의 자서전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의 말미에서 1955년 기자 생활을 하던 도중 화물선 한 척이 갑자기 크게 기울어 탑승자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사망한 사건에 대한 폭로 기사를 썼음을 고백한다. 마르케스는 생존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한 기사를 통해, 공식적인 해명은 제대로 하지 않고 폭풍이 사건의 주원인이라는 입장만 내세우는 정부를 신랄히 비판한다. 이로 인해 그는 이후 유럽 특파원으로 파견되어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최근 마르케스의 유명한 말을 공식석상에서 인용한 이가 있다. 그녀가 인용한 어구는 “기억을 지닌 자가 ‘회상’하는 것은 쉽고, 가슴을 지닌 자가 ‘망각’하는 것은 어렵다.”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그녀는 마르케스가 어떠한 일생을 살았는지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6·25 전쟁 당시 파병국이었던 콜롬비아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이를 사용했다. 그리고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여기, 이 문장을 다시금 제대로 되새기게 만드는 책이 출간됐다. 참사에 관한 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을 기록한 이 책은 제2부의 제목 ‘기억하는 사람들, 기록하는 사람들’이 명시하듯 죽은 아이들에 대한 ‘회상’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아이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자라왔는지, 엄마와 나는 항상 연결되어 있는 존재라고 말해왔던 일, 자기가 커서 월급을 타면 가족들을 쉬게 해주고 싶다는 말을 건네 왔던 일 등에 관한 기억을 유가족들은 힘겹게 떠올려낸다.

   사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사이사이에 문득 등장하고 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뉴스가 진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각각의 인터뷰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이의 생전 모습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사고 현장을 전혀 다르게 왜곡하여 전달하던 언론의 잔혹함을 잊지 않고 덧붙인다. 이들은 이미 책의 서두에서 말한 바 있다. “이건 사고라지만 국가가 죽인 거죠.”

   망각(忘却)은 단순한 잊음(忘)이 아니다. 관련된 모든 것을 깨끗이 물리치는 것(却), 물리칠 수 있을 만큼 대상에 대한 일말의 의구심이 사라지는 것이 선행된 후에야 비로소 가능한 잊음이다. 그러므로 가슴이 있는 이에게 망각은 어렵다.

   즉 ‘회상할 수 있음, 그러나 망각할 수는 없음’이 책을 관통하고 있다. 이 책 안에서 당신은 회상은 찾을 수 있을지 모르나 망각은 찾을 수 없다. 수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어 구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을 뿐, 실제로는 배 한두 척만이 떠오를 시신을 기다리며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은 유가족들을 아직까지도 4월 16일 그 날로부터 깨끗이 벗어나지 못하게 하고 있다.

   “금요일엔 돌아오렴.” 주문과도 같은 이 말은 당신이 이 국가의 국민인 한, 세월호가 무력하게 가라앉는 그 장면을 목도한 한, 당신의 주변 역시 떠돌 것이다. 망각의 불가능성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망각해버리고 싶은가? 애석하게도 그럴 순 없다. 당신에게 가슴이, 가슴이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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