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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188호] 2015년 03월 23일 (월) 오 은 시인

날이 맑았다가 흐렸다

간혹 비나 눈이 내리기도 했다

밥은 끼니였다가 식사였다

이따금 건너뛰거나 과식하기도 했지만

 

 저녁은 있다가도 없었다

언제나 아침은 있었다

약속은 겨우 생겼다가 다따가 취소되었다

늘 마음은 있었지만

 

채워지지 않았다

매일 달라붙어도 결코 능숙해지지 않는

일과처럼

 

월요일 오전에는 주문을 하고

화요일에는 온종일 주문을 걸었다

수요일에는 기다렸다

내일을 모레를

날이 맑았다가도 흐리듯

저녁이 있다가도 없듯

목요일이 지나면 금요일이 올 것이다

 

식사나 저녁, 저녁 식사처럼

없었던 것들을 있게 만들고 싶었다

날씨나 약속, 약속이라도 한 듯한 날씨처럼

변덕스러운 것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싶었다

 

깜박이는 형광등처럼

미처 마음을 갈지 못한 사람들이

차마 이렇게 꺼질 수는 없어

여기저기서 모여들었다

 

주문했던 것이

금요일 밤에야 도착해서

우리는 마침내 취할 수 있었다

 

일을 망쳐도 저녁을 걸러도

약속이 없어도 날씨가 흐려도

이 시간은 온다

공평하다

 

다음에 보자

헤어질 때는 어김없이 아침이었다

언제나 아침은 있었다

불공평하다

 

일요일 밤에는

빈털터리의 표정으로

각자의 침대에 누워 있었다

 

헤어질 때가 되어 지갑을 열 듯

겨우

입을 모아 갔다고 말했다

 

 

 <시인 소개>

 1982년생. 2002년 『현대시』로 데뷔.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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