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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아직 3년이나
[188호] 2015년 03월 23일 (월) 박 권 일 프리랜스 저널리스트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2년이 지났다. 취임 2주년을 며칠 앞두고 박 대통령은 이런 얘길 했다고 한 다. “우리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여러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난번 부 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그것을 비유로 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입니다.” 이른 바 ‘경제 불쌍론’ 혹은 ‘불어터진 국수론’으로 불리며 실소를 자아냈던 발언이다.

  철옹성 같던 대통령 지지율은 그 많던 부적격 인사 논란, 세월호 사태, 청와대 문건 사태에도 큰 변 화가 없었다. 지지율에 눈에 띠는 변화가 감지된 건 ‘연말정산 대란’이 벌어진 직후였다. 연말정산 이 기존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샐러리맨들이 상당한 금액을 다시 토해내게 됐고, 불과 2, 3일 사이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당시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아이러니는 이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수많은 오류와 실패들과 비교해보면 연말정산 건은 그나 마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 국정수행이었다는 점. 큰 틀에서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의 전환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많은 전문가들이 필요성에 공감해왔던 터였다. 문제는 결과값 예측과 일 부 과세구간 산정에 있었다. 이에 대해 비판을 하고 대안을 만들어내면 되는데, 다만 세금이라는 뇌 관의 특성상 저지른 잘못에 비해 지나치게 비난받게 되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짓들 중에 서 우리가 정말로 분개해야 하는 일이 연말정산뿐인가. 그렇지 않다. 연말정산 대란도 문제이긴 하나 그보다 훨씬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분노해야하는 일들이 많았다.

  이 대목에서 김수영의 그 유명한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 테 욕을 하고/옹졸하게 욕을 하고”(이하 생략) “왕궁의 음탕”은 비유라기보다 그저 사실의 지시에 가깝다. 다름 아닌 시인 김수영이 살았던 시대 박정희 정권의 거짓과 부정의다. 그럼 우리 시대 “왕 궁의 음탕”은 무엇일까. 박정희의 딸이 저지르고 있는 거짓과 부정의다.

  박근혜 정권 공약 이행 상황을 간단히 훑어보자.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서 고용률을 70%로 만들겠다 ”는 공약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이명박이 못한 반값 등록금 박근혜가 하겠다”고 했지만 박 근혜 정권은 필요한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대학에 떠넘겼다. 대학들은 구조조정을 한다며 “돈 안 되 는 학과”를 속속 폐지하고 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 공약은 언급조차 없다. 당연히 예산도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국민연금과 고용보험료를 100% 국가가 내게 하겠다던 공약은 완벽 히 증발해버렸다. “정리해고를 어렵게 만들겠다”“불법파견 사업장 근로감독을 강화하겠다” 등의 약속도 깨끗하게 잊혀졌다. 노인 일자리 수당을 2배로 올린다고 하더니 담뱃값만 2배 가까이 올렸다. 재벌은 돈을 쌓아두고 있는데, 국민들은 살인적인 집값과 물가, 불황에 신음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 조차 법인세 재인상을 언급할 정도(박종규, 『한국경제의 구조적 과제: 임금 없는 성장과 기업저축의 역설』, 한국금융연구원, 2013. 12.)로 심각한 상황임에도 박근혜 정권은 여전히 재벌과 부자에게 각 종 특혜를 퍼주는 중이다.

  이 모든 거짓과 파행과 무능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은 지난 2년간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지지 율이 크게 ‘삐끗’한 건 딱 한 번, 연말정산 대란 때뿐이었다. 물론 나의 피 같은 돈 몇 십만 원이 모두의 돈 몇 조원보다 더 화급하고 절박한 사안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공유지의 비극’도 실 은 이런 심리와 관계가 있을 게다. 그러나 이를 문제시하고 고쳐나가야지 당연시해선 곤란하다. 공적 사안과 개인적 사안을 분리시키고 사회를 원자적 개인 간의 게임이론적 투쟁으로 환원시키는 일이야 말로 지배집단이 가장 원하는 광경인 까닭이다.

  추상적인 정책들이 구체적인 개인에게 어떻게 직접 닿아있는지를 끝없이 은폐함으로써, 다시 말해 개 인들이 속한 계급의 이해관계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거나 지난 세기의 낡은 관점으로 치부해버림으로 써 지배집단은 자신들의 이해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한편, 정책 실패와 공약불이행이 이슈가 되고 대통령의 지지율에 유의미한 변화를 끼칠 때, 비로소 제도정치도 역할을 다할 수 있다. 고백하자면 박근혜 정권 2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를 짓누르는 우울의 가장 큰 부분은 따로 있다. 이 정부를 아직 3년이나 더 견뎌야 한다는 것. 세상에, 아직도 3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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