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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밥 좀 먹자고요!
교내 식당 무엇이 문제인가-위생, 식단, 그리고 가격, 삼중의 압박
[135호] 2006년 09월 04일 (월) 권두현 편집위원 jaime0323@hanmail.net

얼마 전 P군은 상록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중 밥에서 벌레를 발견했다. 처음엔 무슨 검정깨가 있나 하는 정도로 가볍게 생각했으나 자세히 살펴보니 여러 개의 다리가 꼬물거리는 것이 분명 벌레임에 틀림없었다. 식당의 불결한 위생 상태에 분개한 P군은 조리 중이었던 식당 직원에게 그 벌레를 보여주며 항의했다.
알다시피 이는 비단 P군만이 겪은 문제도, 또한 상록원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도 아니다. 원우들이 주로 이용하는 동국관 식당이나 문화관 식당의 경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발 프로그램에 고정출연 중인 교내 식당

식당 측은 음식에서 나온 벌레는 음식이 조리된 후 배식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들어갔을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포충기와 방충망을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리장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포충기와 방충망은 먼지만 잔뜩 뒤집어 쓴 채 방치되어 있어서 오히려 위생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뿐이었다.
식당의 열악한 위생 상태 및 소홀한 위생 관리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상록원 식당은 지난 7월 9일, KBS 1TV의 시사 교양 프로그램 <좋은 나라 운동본부>의 <안전 밥상 수호대> 코너에서 ‘식자재 관리 소홀’로 적발되었다. 상록원 식당은 2004년에도 이 프로그램에서 위생상태 불량이 문제되어 적발된 적이 있었는데, 그 때의 방송분이 다시 한 번 전파를 탄 것이다.

2004년 당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은 재발 방지를 위해 철저한 위생 관리 및 교육을 실시하고 국가 공인 위생용품 인정 업체(HACCP)의 조리 기구 등을 구비하여 위생적인 식당 환경을 제도적으로 구축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식당에 납품되는 식자재뿐 아니라 매점 등에서 판매되는 식품도 유통기한을 일일이 확인하고 있으므로 안심하고 이용해 줄 것을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뿐만 아니라 방송 이후 2004년 2학기에는 식당 모니터요원을 선발하여 식당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식당 이용에 하등의 불편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상 학생 신분의 모니터 요원들이 할 수 있는 일에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이 식당의 위생 상태를 정밀하게 점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조사능력을 갖춘다는 것을 기대하기란 무망한 노릇이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눈으로 살피는 게 고작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의 모니터 활동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전문적인 점검을 실시할 수 있는 상설적인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이상 위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란 요원한 상황인 것이다.

가격에 반비례하는 음식 맛

빈약한 식단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교 식당의 경우, 상록원, 동국관, 문화관을 막론하고 식단 선택의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다. 한 식당에서 고를 수 있는 메뉴는 두 가지 정도가 고작이고, 그나마도 시간대를 제대로 맞추지 못 하면 배식이 끊기기 일쑤다. 제공되는 반찬의 가짓수도 원우들에게는 불만이다.

서울 시내 대부분의 학교가 1식 6찬으로 한 끼 식사에 제공되는 반찬의 수를 늘리고 있는 추세에도 본교 식당은 1식 3찬을 철저히 고수했다. 뿐만 아니라 이처럼 선택의 폭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과 동국관, 그리고 상록원 식당 간에 별다른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또 하나의 문제점이다.

세종대의 경우에는 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분리되어 있다. 이는 메뉴별로 식당이 차별화·전문화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분식 같은 경우, 라면 하나만 하더라도 참치매운탕라면, 부대찌개라면, 짬뽕라면, 치즈라면, 만두라면 등으로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가격 또한 1,200원으로 본교 식당의 1,500원에 비해 저렴하다.

뿐만 아니라 서울대와 연세대 등은 이미 2년 전에 새싹 채소를 이용한 비빔밥은 물론, 나물과 잡곡밥ㆍ샐러드바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아울러 분식코너에는 메밀면과 녹차면, 건강생면이 등장해 ‘찐 밥’과 ‘찐 라면’ 일색이던 대학식당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밖에도 학생식당의 모든 식자재를 유기농으로 공급하고 있는 상지대의 경우도 대학 식당의 긍정적 본보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대학 식당의 변화는 물론 웰빙 열풍과 때를 같이 한 것이다. 그러나 웰빙 열풍이 유행을 넘어 확실한 생활 코드로 자리 잡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본교 식당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선도가 떨어지는 김치와 오래 끓여 짠 국 등 맛에서부터 원우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나 본교에 진학한 타학교 출신의 원우들은 이전 학교의 식단과 비교하여 그 불만이 더할 수밖에 없다. 가격 문제 역시 이러한 불만을 가중시키는 요소이다. 세종대의 경우에는 1,200원에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데, 본교의 경우 최소한 2,000원 이상의 식비가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원우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문화관 식당의 경우, 거의 3,000원에 육박하는 식대가 책정되어 있어서 원우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소비자를 대변하는 생협을 바란다

물론 세종대의 경우, 모든 식당이 직영으로 관리되는 데 반해, 문화관 식당은 OUR HOME이라는 외부 업체에 의해 위탁 운영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문제는 생협이 임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학교에 비해 비싼 임대료를 업체 측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식대가 동반상승하고 말았다. 공간에 비해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임대료가 비싼 서울 시내에 입지한 본교 사정 상 불가피한 사태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타학교의 두 배에 가까운 식대는 원우들에게 있어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원우들에게 있어서 학교는 단지 학술 공간만이 아닌 기본적인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식당과 같은 공간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때우는 장소가 아니라, 원우들이 학교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식당은 생활과 연구가 엄격히 분리되지 않는 원우들에게 있어 연구 공간 다음으로 중요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원우들이 누려야 할 복리후생의 가장 기본적인 부분으로 식당이 제일 먼저 언급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기본적 복리후생을 보장해주는 기구가 바로 생협이다. 좥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ICA(International Co-operative Alliance) 성명좦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기본적으로 구성원들의 자치적인 협동조직이며 그들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체를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인 관리 운영을 행하는 조직이다. 즉, 경제 사업체의 일종이지만, 단순히 조합원의 경제적 욕구에만 부합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인 욕구에 호응하는 것 역시 협동조합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ICA는 이처럼 협동조합의 역할을 폭넓은 의미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사실, 생협 초창기의 식당사업은 교내 식당의 부당한 가격인상의 영업정책에 대항하고, 메뉴 다양화를 위한 시도 등 소비자 측의 입장에서 진행되었다. 현재 식당 운영에 있어서 원우들의 기본적인 요구조차 계속해서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 조합원인 원우들이 식당을 외면하고 있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생협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위생과 식단, 그리고 가격에까지 골고루 신경을 쓰지 않는 이상 원우들의 외면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급식 매뉴얼을 만들고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고급화되고 있는 원우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메뉴 개발에 고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생협 운영에 있어서 원우 및 학부생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고자 하는 생협 측의 마음가짐인 것이다.

권두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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