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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있어’가 진짜로 편안한 ‘불편한 진실’
KBS <개그콘서트>를 통해 살펴본 웃음의 사회학
[184호] 2014년 06월 09일 (월) 황정현 대중문화평론가

  많은 사람들이 정치를 ‘불편한 것’이라 여긴다. 술자리에서 하지 말아야할 이야기 두 가지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 이야기와 정치 이야기를 꼽는다. 지난 세월의 사회 투쟁을 통해 민주화와 자유를 쟁취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포괄적 의미의 언론 자유는 퇴보한 느낌이다. 논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언행이 이념적 스펙트럼에 갇혀 재단되는 경험과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차이 뿐이다. 감옥에 갇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감옥은 도처에 존재한다.

  미셸 푸코가 말한 규율 권력의 두 번째 ‘규범적 판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범적 판단은 사회구성체의 주류적 가치 판단에 맞게 개인들이 행동하도록 훈육하는 것을 포괄한다. 집, 학교, 군대, 회사 등 조직이라 이름 지어진 모든 것들에서 우리는 이 ‘규범적 판단’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규범은 개인을 정량화시켜 일정한 잣대로 판단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라면, 공인이라면, 공무원이라면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규범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이 규범들은 너무나도 광범위해서 그를 통해 ‘생산된’ 개인들이 미처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들의 생각을 지배하며 그에 맞게 개인들을 길들이게 된다. 그 규범에서 벗어나게 될 경우 개인들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그것은 바로 ‘불편함’이다. 눈앞에서 보고 있는 현상 혹은 체험과 자신을 생산시킨 규범이 충돌할 때 느껴지는 그런 불편함은 그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일상 구석구석에 침투해서 인신과 관념을 구속하게 된다.

   
  △ KBS 개그콘서트 코너 ‘편하게 있어’의 한 장면.
 
  최근 <개그콘서트>의 주된 웃음 방식은 소시민적 자학과 그에 대한 공감에서 오는 웃음이다. 체현하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것이 텔레비전이라는 거울을 통해 보여질 때 오는 일시적 감정인 것이다. 지금은 폐지된 ‘놀고 있네’나 ‘안 생겨요’ 같은 코너들은 동질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주며 웃음을 유발한다. 첨예한 대립의 문제도 아니며, 논쟁적이지도 않다. 이른바 ‘연성화’다.

  공교롭게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나마 있던 풍자 코너들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는 사실은 ‘언론장악’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코너를 준비하는 개그맨들이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웃음을 ‘선택’하는데 있어, 이미 너무나도 다양한 규범적 제약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푸코가 말하는 ‘권력’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한 개인이나 국가 기구에 제한된 것이 아니며 하나의 방향 또한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단순히 ‘언론 장악’이라는 언표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앞서 언급한 ‘선택’에 이르기까지 권력의 작동방식이다. ‘공인’이라는 규범적 제약과 ‘보편적’이고 ‘타당’한 웃음을 ‘대중’들에게 전달한다는 명제 구석구석에 함의된 제약이다. 중립, 부적절 등의 단어가 가지는 함정은 중립의 기준이 불분명하며, 적절하다는 단어 또한 지극히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데서 발생한다.

  이도저도 아닌 중립이라는 유령은 발화의 지점을 흩트리고, 대상에 대한 비판을 어렵게, 아니 애당초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정체불명의 금언은 명백히 비판받아야할 대상이 그 예봉을 피해가게 하며,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오해의 소지’를 피하려는 의도는‘신중’이라는 말과 함께 발화에서 사라져 버린다. 이 상황에서 거침없는 풍자는 불가능한 것이 되어버린다.

  편한 세상이다. 굳이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아도, 이미 도처에 널린 시스템은 우리가 가져야만 하는 권리를 너무나도 쉽게 앗아가 버리니 말이다. 방법은 불편함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규범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불편함의 이유를 따져보는 것에서부터 규범의 해체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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