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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로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정혜윤,『그의 슬픔과 기쁨』, 후마니타스. 2014.
[184호] 2014년 06월 09일 (월) 손영우 서울시립대학교 EU센터 연구원

  잇달아 있는 약속을 위해, 번역자문 관계로 들른 출판사에서 막 나오는 길이었다. 출판사 주간이 한번 읽어보라고 들려준 책을 꺼내 들었다. ‘프롤로그, 2009, 2010, 2011……’ 뭐에 대한 책인지 알기 위해선 또 다시 책장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선, 지하철역 긴 의자에 앉아 약속시간도 잊은 채 십여 번의 전동차가 지나가도록 이 책에 빠져들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에 관한 책이다. 라디오 피디인 정혜윤씨가 참가자 스물여섯 명의 구술을 바탕으로 집필하였다. 이 책은 파업을 전후로 한 상황뿐만 아니라, 참가노동자의 삶의 궤적, 직업관, 노조활동, 비정규직의 차별 등 한국의 주요 산업인 자동차업종 노동자들의 오늘날을 보여준다.

  쌍용자동차 파업은 2009년 4월 기업이 중국 상하이자동차기업에 매각되면서 동시에 진행된 정리해고에 맞서 노조가 진행한 파업이다. 특히, 정리해고 대상자가 전체 노동자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2,646명으로 방대하였으며, 평택공장에서 77일 동안 진행된 파업에는 5,500명의 많은 조합원이 참여하였다. 

  무엇보다도, 쌍용자동차 파업하면 그 과격성으로 알려져 있다. 위험물질이 가득한 도색공장, 헬기와 전자총, 공장지붕위에서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들을 보면서 떠나지 않았던 의문은 ‘노동자들이 왜 저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을까’였다. ‘해고는 살인이다’, ‘같이 살자’라는 구호에서 배어나는 해고로 인한 절박함이 학기별마다 해고와 채용을 반복하는 시간강사에겐 잘 와 닫지 않았다. 구술에 의하면, 다수의 노동자들은 쌍용에 입사하기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노가다, 삐끼, 웨이터, 노점상, 택배, 보험, 카센터 등으로 전전하다가, 20대 후반 즈음 우연한 기회에 쌍용에 취직한 사람들이다. 입사와 더불어 처음으로 부모와 가족에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었다 한다. “한 달에 3백만 원을 처음 벌어 봤어요. 집사람이랑 저랑 한참 통장을 들여다봤어요... 인생이 달라졌어요. 가난이 지긋지긋했었는데, 그 때 생각했죠. ‘아! 이대로 살고 싶다. 아니 이대로 살아야만 한다.’”(102쪽) 그 후 수년간 ‘이대로 살기위해’ 직장에 밤낮없이 헌신한다. 그랬던 이들에게 해고는 다시 입사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했다. 누구보다도 그 생활을 잘 알기에 다시 돌아갈 수 없었으리라.

  이 책을 통해, 파업에는 해고자뿐만 아니라 해고자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소위 ‘산자’라고 불린 이들도 참가한 사실을 알았다. ‘왜 그들은 징계해고를 감수하면서까지 해고된 동료들과 함께 했을까.’ 그것은 명단이 발표되기 전, 누가 명단에 포함되더라도 같이 대응하기로 한 결의 때문이다. 하지만 해고되지 않은 노동자가 가족과 친지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붕위로’ 올라가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같이 살고자 맺은 약속을 자신이 살았다고 져버리지 못한 그 고뇌 역시 그들은 ‘사람 구실’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파업에 대해 1심 법원은 교섭대상이 아닌 정리해고를 이유로 전개하였다고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치 않았고, 노조와 주요 참가자 110여명에 대해 47억의 손해배상, 참가자 재산과 임금에 대한 가압류를 판결하였다. 해고와 가압류로 인해 참가자와 가족의 생활은 비탄에 빠졌으며, 이러한 상황을 둘러싸고 자살을 포함한 사망자가 현재까지 25명에 이르고 있다.

  다행히도 올 2월부터 두 아이의 엄마가 쓴 편지가 도화선이 된 ‘노란봉투’ 캠페인이 전개되어 5월말 현재 14억을 모금하였다. 사회적 기구인 ‘손잡고’가 출범하여 파업권 보장과 손배·가압류에 대한 법적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국제사회에서는 ‘단결권’의 문제를 점차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으며, 파업권에 대한 억압은 강제노동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이러한 취지로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엠네스티(AI)는 쌍룡자동차 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문제제기를 하고 나섰다. 올 2월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정리해고가 무효라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려 대법원 판결에 대한 기대를 높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 나서, ‘여느 평범한 노동자들처럼 월급 가져다주는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276쪽)는 해고자들의 소박한 희망이 아직 멀고 힘겹게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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