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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이후 동북아시아 정세, 어떻게 풀 것인가?
- ‘미국’이라는 패권적 일방주의의 위험성
[138호] 2006년 12월 04일 (월)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 대학원 교수

한반도 문제의 본질적 해결은 평화체제 성립과 이를 기초로 한 통일, 그리고 동북아시아 전체에 걸린 새로운 평화구조의 정착에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질문은 오늘의 이러한 적대적 대결국면에서 평화적 협력관계로 어떻게 이행해나갈 수 있는가라고 하겠다.

관련 국가들의 일체의 조처는 바로 이러한 이행전략에 기여하고 있는가, 아닌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매우 포괄적인 정치적 구상이 요구된다. 그 구상은 동북아시아의 질서를 이 지역 주민들 모두의 공동의 거처로 받아들이고, 여기에 평화와 번영의 동력을 만들어 내는 작업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하겠다. 이는 한마디로 말해서, 지난 1백년간 이 지역을 규정해왔던 국제관계에 덧붙여 반세기 이상 유지되어 온 냉전 체제의 적대적 갈등을 해소하는 선택에 대한 우리의 성찰과 의지 그리고 정책의 문제가 된다. 지금과 같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가는 전쟁체제를 해체하고 “더불어 함께 살 수 있는” 그런 미래를 건설하는 전망과 전략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현실에서 벌어진 북한의 핵실험과 핵무장체제의 출현은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환경에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상황이 벌어진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는 자칫 동북아시아 전체의 평화구조에 중대한 위협이 될 조건을 가져오는 사태임은 자명하다. 핵무기는 아무리 자위적 조저의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해도 그 어떤 경우에도 선택하면 안 되는 위험한 무장체제이며, 어떻게든 속히 포기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다만 북한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좀 더 나가서 기존의 핵무장국가에게도 적용되어야 하는 원칙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동북아시아를 비핵화지역으로 만들어 나가는 인류사적 노력은 매우 제한적이 될 것이며, 군비경쟁의 기본환경은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에 봉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북한의 핵무장을 경계하고 해체를 요구하는 역사적 근거에는 일본에 대한 미국의 원폭투하, 즉 “1945년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재앙”이 존재하고 있다. 이 점을 망각할 경우, 우리는 핵무장 체제의 책임문제와 관련해서 분명한 원칙을 잃어버릴 수 있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 이후의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일체의 위기국면 조성의 책임이 북한에게만 집중적으로 쏠려 있고 특히 미국의 대북 전략과 동북아시아 구상의 위험한 면모는 도외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대응이 무모하다고 판단된다면 왜 그토록 무모한 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 하는 질문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실험 대응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려면, 미국의 대북 정책과 동북아시아 군사전략이 정당하고 타당해야한다는 전제가 우선 성립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핵실험 문제를 구체적으로 따져 들어보자면 먼저 치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미국의 전략이다.

미국의 전략이 동북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가치가 있다고 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전략에 따라 해결해야 할 상대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미국의 전략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수순이 된다.

만일 북한의 대응이 논리적으로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으나 과잉대응이라고 여겨진다면 미국의 전략 변화에 대한 요구와 함께 북한의 자제를 요구하면 된다. 말하자면, 정상은 이해가 가지만, 이러한 방식의 대응에는 여러 가지 위험한 사태가 의도치 않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을 설득하는 동시에 그와 같은 상황으로 오기까지의 구조적 여건들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된 동북아 정세에는 두 가지 사실이 핵심적 조건으로 존재하고 있다. 첫째는 이 지역 관련 국가들 가운데 현재 전쟁을 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는 미국이라는 점, 그리고 그 전쟁도 침략과 정복 전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 둘째, 이렇게 전쟁체제를 가동시키고 있는 초강대국 미국과의 적대적 상황에 놓여 있는 나라 북한에게는 (1)굴복 (2)전쟁 그리고 (3)대화를 통한 협상의 세 가지 선택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현재 전쟁을 하고 있는 나라”라는 첫 번째 전제는, 이 거대한 전쟁국가와 갈등, 대립하고 있는 나라로서는 자칫 사태가 악화될 경우 파멸적 전쟁을 각오해야 할 절박한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음을 뜻한다. 그 결과는 미국에 의한 점령 체제 실현이 될 수 있다. 이는 미국의 세계전략 속에도 이미 공식적으로 들어 있는 군사정책의 정치적 요체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현실의 본질을 잘 관찰해야 한다. 미국이 평화를 위한 외교적 조처를 수없이 강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어떻게든 미국과 한판 전쟁을 벌여야겠다고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북한이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끊임없이 호소하면서 굳이 핵무장에 이를 필요가 없는 안보상황을 만들어달라고 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인가?

현재까지 북한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적대관계의 해소가 확약되면 안심하고 핵무장 해체를 포함한 군사력 조절에 나서겠다.” 이것이 핵무장 전략을 은폐하기 위해 명분상 내세우고 있는 말일 뿐이라는 비판을 한다고 해도, 실제적으로 북한은 미국과 양자협상과 대화를 시도해왔고 시도하려고 하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직접적인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도리어 미국이라는 사실 역시 객관적으로 부정할 길이 없다. 게다가 역사적으로 어떤 나라도, 자신의 핵무장을 조건부로 해체하겠다고 선언한 경우는 없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이른바 “이라크 교훈”은 북한에게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게 된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 교훈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치르게 될 대가에 대한 증거로 인식되기를 바라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이라크 침략전쟁의 교훈은, “적대관계 해소 없는 무장력 약화 내지 해제”는 곧 침공의 문을 열고 붕괴로 가는 첩경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적대관계 해소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 전쟁체제를 갖춘 초강대국에 맞서 자기를 지키거나 그나마 협상의 여지를 모색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강도의 방어수단을 마련하는 길 외에는 없다. 이른바 “공포의 균형정책”이다. 이는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그것은 통제할 수 없는 전쟁의 조건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정상참작의 여지를 넘어선 사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현재 우리로서는 전쟁을 피하는 것이 절대적인 과제이다. 햇볕정책, 포용정책은 남북관계에 집중한 정책이고, 북한과 미국 간의 적대적 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기능이 각기 다르다는 점에서 서로 보완되어야 하는 것이지, 역할의 차이를 한계로 부각시켜 폐기될 정책이 아니다.

혹여 무기를 내려놓으려 해도, 그것이 항복이나 더 강제적 조처를 겪게 되는 계기가 아닌 새로운 관계개선의 기회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한 북한으로서는 퇴로가 차단되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들이 북한에게 “명예로운 퇴로”를 만들기보다는 치욕적인 굴복을 강요해서는 아니 될 이유가 있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상대를 안심시키고 대화의 장에 초대할 수 있는 것은 강자의 위협을 거두는데서 시작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바는 미국이 본질상 제국주의 국가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 제국주의 지배 아래 완전히 이탈하지 못한 처지라는 사실, 그리고 이러한 식민지적 주종관계를 청산하기 전까지는 우리 민족의 장래는 언제나 제국의 의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적대정책은 적대성에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지배정책에 있는 것이며 적대성은 그 표현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한반도의 냉전체제는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제국주의 패권체제 청산의 문제와 맞물려 있으며, 이것이 한반도의 통일과 평화체제 수립에 중대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논지는 모든 책임이 미국에게 있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100년간 이 지역에서 일본이 장악해왔던 대목을 역사적으로 정리하고, 그 이후 일본을 대신하여 미국이 행사해온 패권질서를 넘는 대안으로 이행하지 못하는 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평화체제는 모색되기 어렵다. 미국과 이 지역이 가져온 관계를 재편성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오늘의 동북아시아가 겪고 있는 긴장과 진통은 본질적으로 미국이 이 지역에서 어떤 위치와 역할을 담당할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미국을 정점으로 하는 패권질서에서부터, 각 나라가 각기의 권리와 위상을 공정하게 존중받으면서 대등한 협력관계로 넘어갈 수 있는가의 여부는 미국의 기존정책과 전략에 대한 우선적인 거부와 교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미국의 패권적 일방주의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이 지역에 평화와 공정한 국제질서를 만들어 가는 것은 출발점 자체가 잘못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이러한 동북아시아 질서 재편의 핵심 사안이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 한반도를 중심근거로 하여 차례차례 패권적 위상을 가지고 지배했던 이 지역이 이제 압도적인 군사력이나 제국주의적 요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진정한 상호 우호관계와 평화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공동번영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이 점이 우리가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 요구되는 바는, 냉전시기로부터 강화되어 왔던 전쟁시스템을 해체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국제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전쟁 시스템을 강화하는 일과 평화를 보장하는 일은 결코 양립하거나 병존할 수 없는 모순관계이다.

무장력 강화로 인한 무기경쟁체제로 돌입하고 이의 결과로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국제적 조건이 만들어질 것인지, 아니면 어떻게든 전쟁의 가능성을 소멸시키면서 동북아시아 민중들이 서로 우호적으로 연대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공동의 집〉을 만들어 갈 수 있는지를 우리는 깊이 성찰하고 준비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이제 동북아시아 외교의 역동적 변화를 위한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한다. 당장에는 북한과 미국 간의 적대적 관계를 해소하는 작업에 집중하면서도 그와 동시에, 미국의 패권체제를 둔화시키면서 새로운 공동의 질서가 이를 대체하는 단계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영세중립화〉를 근거로 하는 거대한 역사적 과제의 실천이 될 것이다.

그로써 남과 북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체제발전의 한계도 함께 극복하면서 동북아시아가 미래의 새로운 동력을 평화적이고 건강하게 뿜어낼 수 있는 대안의 공간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시야는 그렇게 확대되고, 우리의 일상적인 활동반경이 동아시아 전체가 되어갈 수 있는 시대가 그렇게 올 수 있을 것이다.

김민웅 (성공회대 사회과학정책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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