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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종, 일제 황민화 정책의 첨병
이치노헤 쇼코, 『조선 침략 참회기』, 동국대출판부
[178호] 2013년 05월 20일 (월) 김 주 일 현대불교신문사 취재부장

1세기 전 일제의 조선 침략은 치밀한 계획에 따라 이루어졌다. 당시 일본 조동종은 국가를 빼앗고, 언어를 빼앗고, 개인의 이름까지도 빼앗아 버린 황민화 정책의 첨병(尖兵) 역할을 했다. 해외 포교라는 미명 아래 저지른 조동종의 반불교적 행태들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참회한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저자는 조동종의 이치노헤 쇼코(一戶彰晃) 스님. 스님은 이 책이 대한불교조계종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출판부에서 나와 주길 희망했다. 그 결과 《조선 침략 참회기-일본 조동종은 조선에서 무었을 했나》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이치노헤 쇼코 스님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사비를 들이고 발품을 팔았다. 그런 까닭에 본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1895년 명성황후 살해사건에 조동종 승려 다케다 한시(武田範之)가 깊이 관련된 사실, 조선 침략을 위한 청일전쟁 · 러일전쟁에서 조동종 승려들이 제국주의 일본의 첨병 역할을 수행한 사실, 조동종이 한일 강제병합에 발맞춰 전 사원에서 병합 축하 법요를 봉행하고 조선 각도에 개설한 포교소에서 조선인의 황민화를 획책한 사실, 이토 히로부미의 호와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춘무산(春畝山) 박문사(博文寺)를 세우는 데 조동종이 앞장선 사실, 함경북도 나남의 조동종 남선사가 설치된 후 패전까지의 활동상, 일본의 자압력으로 개항된 군산이 수탈 대상이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한국에 남아 있는 식민지 시대의 조동종 절 군산 동국사에 ‘참사문비(懺謝文碑)’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이치노헤 스님이 지적한 조동종의 만행 중 하나를 인용해 보도록 하자.

태평양전쟁이 시작되자 조동종은 대동아문화공작연구소라는 기관을 설치했다. 대동아 건설에 협력하고 흥성호국興聖護國의 종의를 기조로 하는 대륙 및 남방 제국 문화 공작에 관한 제반 조사 및 연구를 목적으로 하여 종교 국책 수립에 관한 건, 대동아의 종교 사정에 관한 건, 개교 및 교육에 관한 건을 다루었다. 전시색이 한층 짙어지던 시대였다. ― 180쪽 ‘중일전쟁부터 패전까지’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내용이 소설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점이다. 안중근 의사, 유관순 열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서술돼 있다. 이는 저자 이치노헤 스님이 안중근 의사와 유관순 열사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가졌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1939년 10월 어용신문 『경성일보』에 크게 보도된 이야기는 가슴이 아릿하다. 안중근 의사의 차남 안준생이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 절 박문사를 찾아 아버지의 죄를 눈물로 사죄했다는 내용이다. 안준생은 아버지의 처형 이후 상하이에 은신해 악기점을 경영했다. 하지만 집요한 일본 특무에 붙잡혀 마지못해 한편의 촌극에 출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출이었지만 그가 흘린 눈물만은 사실이라는 게 저자 이치노헤 스님의 추측이다. 안준생이 통한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 이치노헤 스님은 한국인과 함께 가슴 아파한다. 또한 이치노헤 스님은 경복궁의 위패당인 준원전을 함부로 옮겨 박문사의 요사채로 사용했으며, 그 요사채가 80년도 더 지난 현재 신라호텔 영빈관의 파티장으로 변해 있음을 직접 확인한 사실도 밝히고 있다. 인파로 북적이는 파티 장을 바라보면서 이치노헤 스님은 아래와 같은 생각에 잠긴다.

“안준생도 이곳에 안내되어 침통한 기분으로 차를 마셨을까? 나뭇가지의 살랑거림에 섞여 그의 통곡이 들리는 것 같았다.”

저자 이치노헤 쇼코 스님은 아오모리 현 소재 조동종 운쇼사(雲祥寺)의 주지로 고마자와대학 대학원 석사과정 영미문학을 수료했다. ‘사야마(狹山)사건의 재심을 요구하는 시민집회’ 실행위원, 동아시아불교운동사연구회 회원, ‘동국사를 지원하는 모임’ 대표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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