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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의 세상에 쏘아대는 마흔 한 발의 “뻥”
모옌, 『사십일포』, 박명애 옮김, 문학과 지성사, 2008
[177호] 2013년 04월 15일 (월) 우승미 소설가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모옌의 장편소설 《사십일포》는 중국의 한 가족사를 동양사상의 요체인 유불선 사상을 통해 풀었다. 소설제목인 ‘사십일포’는 마흔 한 개의 거짓말, 시쳇말로 ‘41개의 뻥’을 의미한다.

《사십일포》는 두 가지 이야기 축으로 전개된다. 그 하나는 스무 살의 청년 뤄샤오통이 우통신(五通神) 사찰에서 과거 열 살 무렵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란따 스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구조이며, 다른 하나는 화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와중에 우통신 사찰을 둘러싸고 현재 진행형으로 벌어지는 다소 환상적인 장면 묘사이다. 먼저 줄거리는 살펴보자.

뤄샤오통은 도축 마을에 사는 열 살 남짓한 소년이다. 아버지 뤄통은 ‘야생 노새 아줌마’와 정분이 나서 둥베이 지방으로 도망을 갔으므로, 돈 모으는 게 유일한 낙인 어머니 량위전과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도망간 남편에게 보란 듯이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물을 수집하지만, 뤄샤오통은 도축 마을에 살면서도 고기 한 점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애통하다. 그래서 아버지와 야생 노새 아줌마네 식당에 가서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던 시절이 그립다.

뤄샤오통은 아버지가 빨리 돌아와 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구원해주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뤄샤오통은 고물을 수집하다가 일본제 박격포 한 대를 얻게 되고, 그것을 보물처럼 손질해서 보관한다.
한편 마을에는 죽은 고기에 물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돈을 축적하고, 그를 기반으로 권력까지 쥐게 된 촌장 란 씨가 살고 있다. 아버지가 바람나 도망간 후로 집의 후원자 역할을 자처하는 그는 어머니에게 다 고장난 경운기를 미끼로 접근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돌아온다. 정분났던 ‘야생 노새 아줌마’는 죽었고, 배다른 여동생 쟈오쟈오를 데리고 돌아온 그는 거지 몰골이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은 다시 가정을 이루고, 촌장 란 씨에게 비굴한 모습을 보여 가며 삶의 방편을 찾아간다. 마침 마을은 소규모 도축장 시대를 마감하고, 대단위 육류 가공공장을 짓는 와중이었다. 회장은 촌장 란 씨가 맡고, 고기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아버지 뤄통이 공장장을 맡고, 어머니 량위전은 회계 책임자를 맡게 된다.

물을 주입한 소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는 즈음, 뤄샤오통이 죽은 고기가 아니라 살아 있는 고기에 물을 주입하는 아이디어를 내게 된다.
뤄샤오통은 어린 나이에도 ‘고기 씻는 도축장’의 주임이 돼 육류 가공공장 운영의 주역을 맡게 되고, 어른들과의 고기 먹기 시합에서도 이긴다.

한편 비도덕적으로 성장해가는 육류 가공공장에 염증을 느낀 아버지는 가축의 영혼을 달래주는 제단에 올라가 내려오지 않는데, 그 와중에 란 씨의 부인이 죽는 일이 발생한다. 란 씨의 여자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이야기의 초점은 어머니 량위전을 향하고, 격분한 아버지는 도끼를 휘둘러, 어머니를 가격한다.
결국 어머니는 죽고, 아버지는 구속된다. 나와 여동생은 거리를 떠돌며 란 씨에 대한 보복을 다짐하게 되는데, 그런 와중에 여동생마저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고 만다.

뤄샤오통만이 홀로 남았을 때, 일찍이 일본제 박격포를 주었던 노인들이 나타나 포탄 마흔한 발을 넘겨준다. 나는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 공간을 오가며 마흔한 발의 대포를 란 씨를 향해 겨누고 쏘아대기 시작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이들은 고기와 권력과 돈과 애정에 미쳐 있다. 이들이 모여 만든 것은 대단위 육류 가공공장이다. 간단히 정의하면 이 소설은 ‘도축마을 성장史에 묻힌 몰락한 한 가계史’라고 할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의 육식성 안에 내재된 폭력성을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식욕이 교묘하게 성욕이나 권력욕으로 환치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설의 공간적 배경인 도축마을은 기실 중국이다. 작가가 마흔 한 발의 대포를 쏘고 있는 것은 인간의 내면에 잠재돼 있는 폭력성과 폭력이 제도화된 국가권력과 소유론이 지배하는 이 시대이다.

하이데거는 세상을 명사로 보지 말라고 강조했다. 명사적 사고는 소유론적인 사유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프랑스 언어학자 뱅브니스트는 have 동사가 피동형으로 쓰이지 않는다는 데 주목했다. 어느 나라든 have의 의미를 갖는 동사는 수동태로 쓰이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있다’와 ‘가지다’를 혼동한다. 언어학에서도 소유론과 존재론이 나눠지듯이 철학도 마찬가지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에서 형이하학적 구성주의는 자본주의의 근간인 경제 지상주의로, 형이상학적 구성주의는 사회주의의 근간인 맑스-엥겔스의 철학으로 발달했다. 근대이성주의를 신봉한 결과 인류는 자연개발의 부메랑으로 날아온 환경문제 때문에 생존 자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원칙으로 하는 자본주의는 자연 파괴의 가속화를 초래했다. 심지어 공급에 수요를 맞추는 일까지 생겨났다.

소설의 주된 서사를 차지하는 육류공장이  커가는 도축마을의 성장사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고기 탐하는 소년, 권력 좇는 촌장, 애정 갈구하는 아버지, 돈에 미친 어머니 등 탐욕스러운 인간들이 벌이는 '전도몽상'의 카니발에 작가는 마흔 한 개의 포를 장전하고 있다.

작가가 쏜 대포알이 떨어진 자리는 허허실실(虛虛實實)과 실실허허(實實虛虛)의 경계이다. 작가는 현실인가 하면 환상이고, 환상인가 하면 우화인 서술 방식을 통해 1990년대 이후 개방화된 중국의 모습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풍자하고 있다.

모옌은 서문에서  “뤄샤오통은 바로 저였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가 신체의 성장을 중지했다면, 《사십일포》의 주인공 뤄샤오통은 정신성장을 중지했다. 그가 정신 정신성장을 멈춘 것은 욕망과 쾌락, 소유욕으로 꿈틀거리는 신 중국의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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